다나카 로미오, 이누무라 코로쿠, 아사이 라보 등 일부의 외부출신 작가가 선전하고 있을 뿐 창간 이래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었던 가가가문고입니다만, 최근 제3회 신인상에서 정말로 처음으로(!) 장래가 밝아 보이는 신인을 배출했습니다.
심사원특별상 수상작인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으로 데뷔한 카와기시 오우교라는 신인입니다.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는 어느날 『초심자 간단 사신 매뉴얼+스타터키트』를 손에 넣게 된 오오누마 타카유키가 본의 아니게 사신(邪神)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개그 라이트노벨입니다. 스타터키트로 사역마를 소환하기도 하고, 사천왕을 만들기도 하고, 동네 할멈들을 포섭하기도 하고, 용사와 싸우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신 활동을 하면서 진행됩니다.
미소녀캐릭터는 꽤 등장합니다만 러브코메라든가 모에라든가 그런 건 없고, 그냥 개그 일변도의 소설입니다. 스토리다운 스토리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개그센스가 무척 뛰어나더군요.
개그물로서도 상당히 특이한 게, 개그에서 오버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소설에서 개그를 하려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나 『학생회의 일존』, 『바케모노가타리』등에서처럼 보케-츳코미라는 만담 스타일로 가는 게 정석입니다만, 오버하면서 ‘츳코미’를 하는 게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에서는 거의 없더군요. 그냥 끝없이 담담하게 ‘보케’만 연속되는 느낌입니다.
중간중간에 『초심자 간단 사신 매뉴얼』의 내용이 삽입되어 있어서 사신다운 활동을 하기 위한 강좌나 선배사신인 크툴루씨(6억4천만 세. 바닷물을 좋아함)의 인터뷰 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만, 이것도 엉뚱한 내용만 계속되어서 재밌더군요.
덕분에 1권인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는 물론 최근 발매된 2권 『부주의하게 부활! 사신 오오누마』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판매량도 매우 양호한(가가가문고 신인으로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하면 GA문고에서의 『뻗어나가라! 냐루코』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오랜만에 정말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책을 접한 것 같습니다만, 확실히 요즘은 개그를 내세운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동안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인터넷 서평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주목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만, 작년을 전후해서 아이디어와 센스가 빛나는 개그 내지는 코미디물이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더군요.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나 『학생회의 일존』은 그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그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합니다만 시트콤, 즉 시츄에이션코미디로서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등도 포함시킬 수 있겠죠.
흔히 러브코메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은 합니다만, 요즘 라이트노벨은 고전적인 러브코메의 작법과는 달리 특이한 상황설정의 아이디어와 위트있는 대화장면의 센스가 가장 중요시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에 일변도라고는 해도 사실 히로인의 모에함이 작품의 평가, 판매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특히 큰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재미있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관계 내지는 시츄에이션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바보 같은 발언을 연발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열등생들, 돌아가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학생회 임원들, 기가 드센 오타쿠 여동생과 거기에 시달리는 오빠 등등, 안정적인 재미를 주는 시츄에이션의 양산이 가능한 설정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이 『사신 오오누마』시리즈는 일단 시츄에이션이 좋고, 작가 본인의 센스도 남다른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길게 이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라이트노벨 속 개그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심사원특별상 수상작인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으로 데뷔한 카와기시 오우교라는 신인입니다.
장을 본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돌아와보니, 방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다. 방 가운데에 있었던 코타츠가 구석으로 치워져 있고, 다다미 위에 복잡한 기하학적 모양을 조합한 도형-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진이다-이 빨간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마법진 앞에는 작은 제단이 설치되어 있고, 꽤 많은 양초가 세워져 불을 밝히고 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나나가 나의 귀가를 눈치 채고 뒤돌아본다. 촛불 탓에 미소가 섬뜩하게 흔들렸다.
「어떤가요, 오늘 하루 종일 걸려서 준비했죠. 본격적이지 않나요」
「응. 꽤 분위기가 있네. 다만, 그게 말야, 다다미에 직접 그리지 않았으면 좀 더 좋았을 텐데 말야」
빨간 물감으로 좍좍 다다미 위에 줄을 그어놓았다. 이건 지우려면 고생할 것 같다.
「저의 주인께서는 다다미를 무척 소중히 여기시는 것 같군요. 처음 뵈었을 때도 다다미를 감싸면서 새벽의 명성호에게 밟히고 있었잖아요」
딱히 소중히 여기는 건 아니다. 나나가 지나치게 함부로 쓰고 있을 뿐이다.
「자, 소금으로 깨끗이 한 욕조에서 목욕을 마치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어 주세요」
나나는 내 손을 잡고, 부엌 옆에 있는 욕실로 나를 끌어당긴다.
「의식을 하기 전에 몸을 깨끗이 하고, 에테르적 에네르기를 드높이는 겁니다」
나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교복을 벗기고 셔츠 단추를 푸르기 시작한다.
자, 잠깐... 동거생활 같은 건 기쁜데, 역시 창피하다.
「됐어. 내가 할 테니까」
난 다급히 거부했다.
「어라, 그런가요. 그럼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사방에 소금을 뿌려주세요. 어깨까지 푹 담근 뒤, 1800까지 세어주셔야 해요」
그렇게 말한 뒤 나나는 나에게 식탁에서 쓰는 소금통과 갈아입을 츄리닝을 건네준 뒤 방으로 돌아갔다. 1800까지 세는 것만 해도 엄청난 고생이다. 의식을 앞둔 목욕이라기보다는 삶아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30분 후, 목욕을 마치고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뒤 방으로 돌아오자, 제단 위에 아까 사온 닭다리살을 포장에서 꺼내 올려놓고 있었다. 예상외의 사용방식이었다.
「원래는 알을 낳은 적이 없는 검은 닭이 더 좋았는데 말이죠」
내가 닭다리살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나나가 말했다.
「저기, 준비를 끝낸 상황에서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뭐 하는 거야?」
「물론 부하가 되는 요마를 소환하는 거죠.」
엄청난 물론이다.
「저의 주인께서 키우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건강한 새끼소를 제물로 바쳐주셨으면 하는데요...」
「없는데」
「역시 없나요」
「이미 눈치 챘을 거라 생각하지만, 소는 안 키워」
원래 이 아파트는 애완동물 금지지만, 소는 말할 것도 없다.
「그것 참 곤란하네요.... 아무리 사신(邪神)이라고는 해도 요마를 소환하는 거니까, 나름대로 대가가 필요하거든요」
나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럼 1미터 정도 키를 줄일까요」
「싫어!」
1미터 줄인다니 절반이 넘잖아.
「지금, 주인은 사신으로서 어중간한 키입니다. 차라리 엄청나게 작은 편이 눈에 띄어서 좋지 않을까요」
「진지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줄래」
「그럼, 다른 걸 공물로-」
이후 나와 나나 사이의 공물에 대한 교섭은 격렬함을 더해갔다. 서로의 의견을 격렬하게 부딪친 결과, 소환의 대가는 「새끼소」->「키 1미터」->「수명 3년」->「팔 하나」->「전신의 털」->「키 30센티」->「컵라면 1년 어치」->「호텔 페어 숙박권」->「특제 현금카드」->「키 1미터」->「라면사리 무료쿠폰」->「키 100센티」->「라면사리 무료쿠폰」으로 바뀌어 결정되었다.
잠시 키 100센티라는 것에 속을 뻔 했지만, 가까스로 넘어가지 않고 견뎠다. 나나가 라면사리 무료쿠폰이 뭔지 몰랐던 게 승리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는 어느날 『초심자 간단 사신 매뉴얼+스타터키트』를 손에 넣게 된 오오누마 타카유키가 본의 아니게 사신(邪神)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개그 라이트노벨입니다. 스타터키트로 사역마를 소환하기도 하고, 사천왕을 만들기도 하고, 동네 할멈들을 포섭하기도 하고, 용사와 싸우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신 활동을 하면서 진행됩니다.
미소녀캐릭터는 꽤 등장합니다만 러브코메라든가 모에라든가 그런 건 없고, 그냥 개그 일변도의 소설입니다. 스토리다운 스토리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개그센스가 무척 뛰어나더군요.
개그물로서도 상당히 특이한 게, 개그에서 오버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소설에서 개그를 하려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나 『학생회의 일존』, 『바케모노가타리』등에서처럼 보케-츳코미라는 만담 스타일로 가는 게 정석입니다만, 오버하면서 ‘츳코미’를 하는 게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에서는 거의 없더군요. 그냥 끝없이 담담하게 ‘보케’만 연속되는 느낌입니다.
중간중간에 『초심자 간단 사신 매뉴얼』의 내용이 삽입되어 있어서 사신다운 활동을 하기 위한 강좌나 선배사신인 크툴루씨(6억4천만 세. 바닷물을 좋아함)의 인터뷰 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만, 이것도 엉뚱한 내용만 계속되어서 재밌더군요.
덕분에 1권인 『부득이하게 각성! 사신 오오누마』는 물론 최근 발매된 2권 『부주의하게 부활! 사신 오오누마』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판매량도 매우 양호한(가가가문고 신인으로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하면 GA문고에서의 『뻗어나가라! 냐루코』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오랜만에 정말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책을 접한 것 같습니다만, 확실히 요즘은 개그를 내세운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동안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인터넷 서평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주목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만, 작년을 전후해서 아이디어와 센스가 빛나는 개그 내지는 코미디물이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더군요.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나 『학생회의 일존』은 그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그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합니다만 시트콤, 즉 시츄에이션코미디로서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등도 포함시킬 수 있겠죠.
흔히 러브코메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은 합니다만, 요즘 라이트노벨은 고전적인 러브코메의 작법과는 달리 특이한 상황설정의 아이디어와 위트있는 대화장면의 센스가 가장 중요시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에 일변도라고는 해도 사실 히로인의 모에함이 작품의 평가, 판매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특히 큰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재미있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관계 내지는 시츄에이션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바보 같은 발언을 연발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열등생들, 돌아가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학생회 임원들, 기가 드센 오타쿠 여동생과 거기에 시달리는 오빠 등등, 안정적인 재미를 주는 시츄에이션의 양산이 가능한 설정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이 『사신 오오누마』시리즈는 일단 시츄에이션이 좋고, 작가 본인의 센스도 남다른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길게 이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라이트노벨 속 개그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덧글
세이앤드 2009/10/30 22:11 # 답글
아... 그러고보니 확실히 개그 계통 작품이 요새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요새 읽는 것들도 대개는 개그계통이고... 별 생각 없이 읽는 편이라 개그계통이 많아진건 마음에 들더군요.그런 의미에서 사신 오오누마는... 정발 되려나요?(...)
북두의사나이 2009/10/30 22:12 # 답글
왠지 저도 보고 싶어지는군요.인기를 끌어서 국내에도 정발되면 좋겠습니다.듀라한 2009/10/30 22:24 # 답글
국내도입이 되는 녀석이겠죠?[츄릅~]Niveus 2009/10/30 23:39 # 답글
네 설명만으로 '이건 사야만 해!' 하는 책은 오래간만입니다.(...아니 분명 몇주전에 안시즈 가지고도 똑같은 소리 한거같은데;;;)
개그 일변도의 그냥 웃을수 잇는 책이 필요했는데 당장 주문부터(;;;)
PPP 2009/10/30 23:52 # 답글
크, 크툴루 씨...위노 2009/10/31 00:55 # 답글
누가 정발좀ㅠㅠ이네스 2009/10/31 07:34 # 답글
오오옷. 그정도로 재미가있다니 정발이 시급하게 필요합니다.리칼리스 2009/10/31 13:15 # 답글
꼭 정발되면 좋겠네요아아... 키 100센티;
원생군 2009/10/31 22:30 # 답글
제목이 참 특이하네요스파이 2009/11/01 01:45 # 답글
재밌어 보이는군요. 최근 만들어진 아직 대표작을 정발하고 있지 못한 모 레이블 등에서 국내정발해주면 좋겠습니다 ㅠㅠ방랑이야기꾼 2009/11/01 13:11 # 답글
개그가좋습니다!정발읠원합니다!!!시오 2009/11/05 13:43 # 답글
저도 정발 콜! 세상이 삭막해서 웃음이 부족하니까 개그요소를 담은 책이 늘어나고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客 2009/11/06 17:23 # 삭제 답글
짜투리 컷만 봐도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저도 정발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