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강화와 완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는 이야기 by 크로이츠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출판사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0] 들어가기 전에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유인촌은 취임 이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강조해왔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역대 어느 장관보다 불법복제 척결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법복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란 곧 인터넷에 대한 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여론에 대한 탄압이라는 의혹이 항상 제기되었으며, 특히 2009년 4월 1일 국회에서 통과된 한나라당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큰 반발이 있었다.

이번에 이슈가 되고 있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개정안에 대한 대안입법으로서 발의된 것이다. 개정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법안을 준비해온 진보단체들은 이 개정안을 환영하는 지지성명을 냈지만, 저작권자 및 출판업계에서는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며 맹반발했다.
그리고 현재 언론 보도를 계기로 이 개정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법이 인터넷 여론 탄압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에는 누구나 동감한다. 하지만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한다는 얘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저작권법의 강화와 완화는 일률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법을 강화하려는 진영과 저작권법을 완화하려는 진영이 충돌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정부 및 한나라당의 저작권법 개정안

유인촌 체제의 문화체육관광부는 계속해서 저작권 보호를 강조해왔지만, 사실 어떤 획기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하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불법복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은 인터넷에 대한 탄압이라는 반발을 피할 수 없으며, 인터넷 사이트측에서도 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인터넷 불법복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부 언론이 ‘슈퍼 저작권법’이라 표현했을 정도로 강화된 이 저작권법은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불법복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는 불법복제물을 사실상 방치해왔으며, 때로는 이를 통해 이윤을 얻어왔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은 이런 사이트들이 불법복제물을 제대로 단속하게 하고,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사이트 폐쇄까지 시키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의 저작권침해 단속이란 주로 죄의식 없이 불법복제를 해오던 일개 네티즌에 대한 처벌이 메인이었다. 법무법인의 무차별적인 고소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오는 등 그 폐해가 상당했다.
이 개정안은 이렇게 개인사용자 중심이었던 저작권침해 단속에서 벗어나, 불법복제를 방치, 방조해 이득을 얻어온 인터넷 사이트들에게도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개정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저작권법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을 탄압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법안을 악용하면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포털사이트도 폐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와의 의견조율 문제도 있어,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정부입법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대신 상당히 완화된 법안이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을 통해 ‘의원입법’으로서 발의되게 되었고, 결국 이 저작권법 개정안은 2009년 4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전부터 이 저작권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해왔던 영화인협의회 등에서는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지만, 여전히 인터넷 여론 통제를 우려한 반발은 거셌다.


[2] 민주당의 저작권법 개정안

저작권법을 강화하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언론탄압을 위한 악법이라고 반발하면서 한나라당 개정안에 대항하는 대안입법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다. 최문순 의원 외의 발의의원은 민주당 김영진, 김재윤, 박은수, 송민순, 이미경, 이종걸, 최문순, 최철국, 홍재형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며, 진보단체인 정보공유연대 IPLeft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개정안 작성에 참여했다.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설명에 의하면 이 개정안의 취지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확대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과 관련된 조항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 법안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개정안을 반대하는 법안인 동시에 법안을 준비한 진보성향 단체 및 국회의원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법안 작성에 협력한 진보단체들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공유연대 IPLeft는 현행 저작권법이 인간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회 계층간, 국가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보독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보다는 정보공유의 미덕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단체인데, 이런 성향이 반영되어 있는 부분을 이 개정안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작권법 완화를 주장하는 진영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개정안인 것이다.

이 저작권법 개정안은 강력한 저작권법으로 인해 인터넷 여론이 통제되는 등 개인의 자유,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존재한다.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확대한다’라는 취지로 디지털 도서관의 원격 열람을 가능케 하고 있지만, 이는 책을 사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하면 출판시장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는 조항이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는 ‘판매용 도서’에 한해 발행일로부터 5년 동안 원격열람을 허용하지 않는 것뿐이다. 또한 5년이 지난 도서는 도서관 안팎에서 자유롭게 복제를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어 무분별한 복사를 장려할 우려가 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과 관련된 조항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다하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고 과도한 모니터링 부담도 해소해주고 있지만, 이는 인터넷 사이트가 불법복제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이트에 불법복제물이 올라오든 말든 그 사이트가 필요한 조치만 취했다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불법복제를 방조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여 국민 다수를 범법자로 만드는 기존 저작권법의 폐해를 개선하려 하였지만, 이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저작권 침해의 대부분을 용인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상당수의 저작권 침해는 비영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가 막대한데, 불법복제를 방조하는 인터넷 사이트에게도 책임을 지우지 않는 이 개정안으로는 이와 같은 비영리적인 저작권 침해를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저작권법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현재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저작권법 강화에 열을 올리는 유인촌이 장관으로 앉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통과된 한나라당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출판업계 등 저작권자의 반발도 심할 것이기 때문에, 이 개정안이 통과되어 출판시장 등 각 업계가 붕괴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3] 맺는말

저작권법 강화는 불법복제를 방지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인터넷 통제 등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할 위험성이 있다.
저작권법 완화는 원활한 저작물 이용을 돕고 지나친 저작권법 집행으로 인한 폐해에서 개인을 보호해주지만, 불법복제를 조장하고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저작권법의 강화, 완화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불법복제는 효과적으로 막으면서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일은 없도록 꼼꼼하게 밸런스를 맞춰서 법을 잘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저작권법을 존속시키면서 단속만 강화할 수도 있겠지만 법 개정 없는 단속 강화는 인력만 한없이 쏟아붓는 꼴만 된다. 실제로 정부에서 2008년 후반기부터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뭔가 변화가 있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단순한 단속 강화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결국 현상 유지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는 강화 혹은 완화밖에 없게 되어버린다.

현재 정부의 성향상 저작권법은 계속해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걸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는 압제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받아들여 할까. 어느쪽이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만은 피해야할 것이다.

트랙백

  • 웹하드에 대한 5회차 삭제요청도 무용. 결국 6회차 삭제 요청 발송. 2009/05/23 00:23 #

    4회차 삭제요청도 무용. 결국 5회차 삭제요청 발송.지금까지의 내용요약불법게시판을 알려주고 해당 게시판의 협회 도서자료들을 삭제처리.모니터링 해달라는 요청을 계속 하였으나. 잘 처리하고 있다는 답변만 해줄뿐 실제로 불법판매 자료는 여전함.현행 저작권법으로는 이러한 웹하드들의 행동에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움. 결국 이런 현실적 문제점으로 인해 개정저작권법(한나라당의원 주도)이 만들어지게 됨. 근데 최근 이런 개정저작권법에 대하여 반기(?)를 들고 ...... more

덧글

  • Niveus 2009/05/21 22:43 # 답글

    결국 막기만 해서는 안되는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잡는것'에 의의를 두고 있으니까요 -_-a
    당근은 없이 채찎만 들이밀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좋게 보이지 않겠죠 -_-;;;
    ...뭣보다 이게 옳은 일인지부터 제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야할텐데 일반사람들에게는 단순히 탄압으로 보이게끔 노는 행태도 그렇고 -_-;;;
    개인적으로는 한나라안이건 민주당안이건 애매하긴 매한가지입니다.
  • 크로이츠 2009/05/22 21:15 #

    결국 교육과 홍보가 잘 되어야 하는 건데 이건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죠. 올해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내용이 강조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년은 넘게 걸릴테니, 당장은 단속으로 막는 수밖에 없겠죠.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