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임달영 원작『언밸런스X2』감상문 by 크로이츠

일본의 개인 뉴스사이트 중 하루 방문자수가 만 단위인 『카주SP』라는 곳이 있습니다(http://www.karzusp.net/). 역사가 오래되었고 고정팬이 많은 곳인데(운영자인 카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에서 여주인공인 키리노가 에로게 정보를 얻는 곳으로 언급한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카주SP』에 임달영 선생의 만화에 대한 감상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다양한 의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관점의 의견이라 신선하더군요.
가장 의외였던 『언밸런스X2』의 리뷰 부분을 발췌해볼테니 한번 비교해보셨으면 합니다.


언밸런스X2 5권

임 선생의 작품 중에서는 유일하게 배틀 요소가 없는 러브코메. ...였지만 여자가 두들겨맞는 『흑신』적인 전개가! 하지만 이건 맞아도 쌉니다. 왜냐하면 이 여자 엄청나게 음험한 이지메를 하고 있었거든요. 인과응보라서 통쾌했음. 그리고 켄이치(*진호의 일본판 이름)는 그 뒤 싸움을 잘 하는 선배와 싸우게 되는데, 임 선생의 다른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배틀 묘사의 스킬이 여기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어서 엄청난 박력이군요.

하지만 이 만화가 『인페르노』등 임 선생의 배틀만화와 다른 점은, 여선생과 학생의 러브코메한 연애요소가 싸움 장면에서 이어지면서 완급조절이 잘 되고 있다는 점.

미소녀게임에서도 그렇지만 여선생과의 연애시나리오에서는 ‘교사’라는 점이 강조되지 않고 일반적인 여자 공략 시나리오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에로만화에 나오는 선생 같은 건 처음부터 준비 오케이인 치녀뿐이지 않습니까(네가 구입하는 에로게가 특수하다는 지적은 아아 안 들려 안 들려).
‘선생’이니까 일단 그 스테이터스가 연애의 장해가 되겠죠. 그런 사회적 윤리와 입장을 뛰어넘어서 맺어지는 터부스러운 부분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여선생과 학생의 연애를 그리는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고로, 언밸러스X2의 장점은 바로 그 히로인인 에리나(*혜영의 일본판 이름)가 교사라는 모럴에 묶여 있어서 켄이치를 솔직하게 바라볼 수 없는 마음의 흔들림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는 점인 거죠. 그래서 현실의 켄이치와의 사이도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오해가 있기도 하고 비밀을 공유하기도 하고. 정말로 이 정도로 ‘여선생과 학생’의 연애를 잘 그린 작품은 좀처럼 읽기 쉬운 게 아닙니다. 정말로 추천.
나한테도 에리나씨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뭐 남학교였지만요!(남학교에서는 트러블 방지를 위해 미인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거기다가 여보란 듯이 내가 졸업한 뒤 몇 년 후 공학이 되었다는 소식)


그밖에도 『언밸런스X2』와 함께 일본에 수입되었던 『불꽃의 인페르노』, 최근 수입된 『제로 시작의 관』의 감상도 있습니다만, 「인간드라마를 그리고 있어서 (내용이) 깊다」「컷구성의 박력, 화력이 뛰어나다」「스토리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없어서 흡인력이 있다」등 절찬의 폭풍이더군요(...).
물론 한 개인의 의견에 불과합니다만, 국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임달영 브랜드의 만화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이유도 대충 감이 왔고.

사실 국내에서는 임달영씨의 작품군 하면 특유의 성적 요소 때문에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실제로는 상당한 인기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웹상에서 심하죠.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무시하고 생각한다면 임달영씨의 만화 원작자로서의 실력은 상당히 높다...라는 것이 예전부터 가져왔던 제 생각입니다. 스토리 전개도 컷구성도 일본의 웬만한 작가들에게 뒤지지 않다고 보거든요.
적어도 일본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사장르의 작품들, 그러니까 고만고만한 미소녀계열 액션물들과 비교하면 그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일본에서 연재중인 『프리징』이 괜히 잡지를 먹여 살리는 간판작이 되어 있는 게 아니죠(물론 마이너한 잡지이기는 합니다만).

물론 임달영씨의 작품들에 나오는 특유의 자극적인 요소들(특히 성적이고 폭력적인 부분)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는 그런 요소에 민감한 부분이 있으니까요(...국내작가에게 한정되는 경향은 있습니다만).
하지만 그런 것도 약간 선입견이 섞여있는 측면이 있고(예를 들어 근친요소가 많이 나온다는 비판이 많습니다만, 실제로 최근의 연재작을 살펴보면 근친물이라고 할 만한 건 옛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제로 흐름의 원』하나뿐입니다. 실제로는 잘 모르면서 인터넷의 통설만 듣고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거죠), 그런 이유 때문에 소년만화로서의 평가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좀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만화는 ‘떡밥’으로서의 가치가 없으면 거의 화제에 오르지 않는 게 한국 인터넷이기도 합니다만-_-

솔직히 저는 임달영씨의 작품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분들이 정작 (성적, 폭력적으로) 훨씬 저질인 일본작품은 무척 좋아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_-) 좀 찜찜하던 때가 많았습니다. 뭐 이건 굳이 임달영씨 작품에 한정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일본작품에서 막장스러운 요소가 나오면 용자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하지만, 한국작품이 그러면 욕을 먹는 경향이 있죠)
어쨌든 한참 옛날 작품인 『제로 시작의 관』까지 수입해가는 걸 보면 일본에서 임달영 브랜드가 인기는 인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임달영씨는 프로 의식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지금까지 한번도 마감을 어긴 적이 없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작화 담당에 따라 만화의 내용도 조절하는 등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는) 어느 정도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만, 대단하기는 대단하군요.

덧글

  • vermin 2009/03/28 18:12 # 답글

    쿠지비키 언밸런스X2
  • 크로이츠 2009/03/28 19:36 #

    (...)
  • 벨제브브 2009/03/28 18:30 # 답글

    전 그저 모에코드가 거의 무조건적으로 거유 누님에게 맞춰져 있는게 싫을 뿐이고...물론 그 이전에 내용 전개가 개인 취향에 안 맞습니다만(이게 70%) 저것도 은근히 마음에 안 들더군요.
  • 크로이츠 2009/03/28 19:36 #

    뭐 본인이 누님 취향이라는데 어쩌겠어요(...)
  • Hiwars 2009/03/28 18:39 # 답글

    공감합니다. 임달영씨를 94년부터 쭉 봐왔지만, 그의 작품이 가진 경쟁력을 인정하지 않고 취향문제로 폄하하는 걸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 크로이츠 2009/03/28 19:39 #

    게임은 옛날에 조금 해봤을 뿐이고 소설도 별로 못 읽어봤습니다만, 만화 원작자로서는 분명 경쟁력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르다 2009/03/28 18:40 # 답글

    전 임달영을 싫어하지 않지만, 객관적으로 볼때 말초적 쾌감을 추구하고 깊이가 부족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죠. 물론 전 쾌감추구만화도 좋아하긴 하는데... 까이기에 딱 좋은 장르인 건 사실.
  • 크로이츠 2009/03/28 19:40 #

    거기다가 유명세도 있으니까요-_-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꿀껍질 2009/03/28 18:43 # 답글

    인페르노같이 모 게임에서 그대로 베껴온 설정에 중2병 스토리(?)로 진행되는 만화는 수출할 가치가 없다고 봅니다만, "제로 시작의 관"은 오리지널 요소가 많아서 볼 만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여럿 있었지만, 눈을 감을 만 했죠) 흑신은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지만 배틀 부분에 격투 요소를 도입한 것이 재미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임달영씨 작품은 일본 만화/게임을 그대로 베껴온 듯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고, 부수적으로 여성을 다루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프리징도 그런 쾌감(?)을 주는 작품이 아닌가요? 하지만 즐기기 위한 창작물인 이상 취향으로 인정될 수 있고, 그것은 일본 현지에서 더욱 인정 받기 쉬울 것임은 당연지사겠네요. 아무튼 시작의 관은 저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만은 밀어주고 싶습니다.
  • 크로이츠 2009/03/28 20:01 #

    어차피 이런 종류의 액션만화는 어느정도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창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자가 접근하기 쉽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임달영씨 작품이 그렇게 일본색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일본에서 가장 많은 불평이 한국색이 강하다는 건데 좀 아이러니하죠)

    시작의 관은 저도 좋아했던 작품인데 역시 옛날 작품이라 잘 통할지 모르겠군요.
  • natsue 2009/03/28 19:18 # 답글

    국내에서 임달영 싫어하는 사람들은 과거 모모 PC 게임 때 낚였던 것의 관성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봅니다.
  • 마무리 2009/03/28 19:40 #

    이런식의 논지를 보면 임까도 병 비슷한 것 같아요.
  • 크로이츠 2009/03/28 19:55 #

    저도 플러스와 제로 구입자이긴 한데 그건 좀 아니죠-_-
    차라리 언밸런스 짤방 올려대는 거 보고 덩달아 싫어하게 된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 마무리 2009/03/28 19:46 # 답글

    포커싱하는 시점이 완전히 다르네요.

    교사와 학생의 사랑이라는 클리셰를 담은 작품들이 나름 대중성을 확보한 시장이다보니, 훨씬 노련한 시각(?)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그런 부분이 부러우면서도 왠지 터부시하고 싶어지지요.
  • 크로이츠 2009/03/28 19:58 #

    사실 언밸런스의 경우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모에 계열 만화의 연애하고는 완전히 대극적인 위치에 있는 작품이죠. 그런 만화들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리얼노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 팔랑기테스 2009/03/28 20:29 # 답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한때 넷상에서 돌았던 임달영 캐막장 싸가지라는 말과 달리 시드노벨쓰는 동생에게 들으니 성격도 꽤 좋은 분이시라던....
  • 2009/03/28 21:0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친한척 2009/03/28 21:18 # 답글

    제 자신이 순수한 러브코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제 친구와는 다르게 언밸런스는 재밌게 봤습니다.... 거유 모에!

    제가 러브코메를 좀만 더 좋아했더라면 <언밸런스>로 임달영 씨를 칭찬했을 겁니다. 그건 확실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프로정신은 대단하신 분이란 점도 인정합니다.
  • 민승아 2009/03/28 22:00 # 답글

    저는 제로 시리즈만은 좋아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마치 라는 소설도....다른 건 그다지 좋아지지가 않더라구요...
  • 이네스 2009/03/28 23:34 # 답글

    저는 취향이 별로 맞지 않기에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몇안되는 프로 소년지 작가이시지요.
  • PHugsy 2009/03/29 01:36 # 답글

    오오, 임달영 씨 작품에 관해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감상'을 본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kurame 2009/04/08 13:57 # 답글

    근데 아오이나미다는 임달영씨가 라이터인거 맞나요? 예전에 간담회에서 직접적으로 물어봤더니 답을 피하시고(...) 그분의 프로정신은 정말 존경할만 하다고 봅니다.
  • 크로이츠 2009/04/11 16:03 # 답글

    스탭롤에 올라와있지 않나요? 저는 잘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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