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는 교보문고에서 품절된 잡지를 구하기 위해 오랜만에 네픽을 방문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격이 비싸서 거의 이용하지 않는 네픽이지만, 재고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유용하다.
일단 잡지를 장바구니에 넣은 건 좋은데, 막상 주문하려고 하니 배송비가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500원...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교보문고에서 샀으면 배송비가 무료라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잡지 가격도 네픽이 더 비싸다는 걸 생각하면 좀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네픽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면서 할인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네픽에서만 할인하는 책을 같이 사면 수지가 맞을 거란 생각에서였다(참고로 이런 사고방식은 과소비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 한동안 깨작깨작 페이지를 넘기면서 적당한 물건을 찾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표지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 이거 2차원드림문고에서 나왔다는 『로젠메이든』패러디 소설이잖아...
2차원드림문고는 쥬브나일포르노(쉽게 말해서 18금 라이트노벨이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킬타임커뮤니케이션의 문고레이블로, 프랑스서원 미소녀문고와 함께 문고판 쥬브나일포르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레이블이다.
그리고 이 『고스로리 학생회』는... 등장인물들의 복장이 『로젠메이든』의 코스프레라고 한때 일부에서 화제가 된 소설이었다. 쥬브나일포르노에서는 가끔씩 이런 패러디성 작품이 나오곤 하는데, 패러디 AV보다는 못하지만 인터넷에서 국지적으로 화제가 되곤 했다. 이 소설도 어떤 서평사이트에 올라온 소개를 보고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네픽에서 생각지도 못한 조우를 해버렸다. 찾아보니 네픽에 2차원드림문고는 이 책밖에 안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걸 사버릴까.
사실 독서대상으로서의 쥬브나일포르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출판계의 동향이나 유행 등에는 항상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대충 숙지하고 있었다. 라이트노벨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일반 관능소설이나 에로만화에 가까운 형식으로 소비되며, 기존의 모에물 내지는 모에에로물과는 뭔가 성격이 다른 장르라는 점에서 계속 흥미를 갖고 업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어쨌든 실제로 책을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쌓아놓은 책도 많은데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 실용성 위주의 책에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웠고, 라이트노벨처럼 꼭 읽어보라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인기시리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입수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이 장르에 손대는 걸 막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에 떡하니, 이미 사전정보를 갖고 있는 책이 나타나버렸다. 주문만 하면 이틀 내로 받아볼 수 있는 사이트에서.
가격이야 네픽이니까 비싸긴 하지만, 이런 책은 교보문고나 YES24에서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주문하는 것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내가 쥬브나일포르노를 한권 구입한다고 하면, 지금 이 타이밍에서 이걸 구입하는 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쥬브나일포르노를 직접 손에 들고 읽어보느냐, 아니면 별로 생각없냐고 넘어가느냐의 문제가 된다. 나는 어느쪽을 원하는가...
쥬브나일포르노를 단순히 연구대상으로 삼을 뿐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론보다는 실제,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2차원드림문고나 미소녀문고의 페이지를 넘겨본 적은 없으면서, 누군가 이 장르에 대해서 언급할 때마다 '하하하 그건 이런 겁니다'라고 아는 척 할 셈인가? 내가 무슨 카스리인가?
...대충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새로운 분야에 손댈 때는 한참 동안 고민하면서 온갖 요소를 따져보는 게 이 인간의 성격이다.
배송비가 아까워서 할인상품을 고른다는 생각은 이미 우주 저 멀리로 사라져버린 후였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중에 정말로 읽고 싶어졌을 때 이게 품절이 되어 있다면 엄청나게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눈에 띄었을 때 먼저 사둔다, 라는 결론이다.
평소에 주로 돈을 쓰는 게 책이었으니까 망정이니, 비싼 명품이나 가전제품이었으면 이미 패가망신했을 거라 추측된다.
...어쨌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프롤로그는 이정도로 끝내고.
하여간 이런 경위를 거쳐서 나는 결국 문제의 『고스로리 학생회』를 손에 넣게 되었다.

표지 중앙에는 일단 '저는 신쿠입니다'라고 주장하는듯한 메인히로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왼쪽위는 스이긴토 같고, 양옆의 쌍둥이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스이세이세키와 소우세이세키 역할일까. ...그럼 오른쪽위는 히나이치고...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페이지를 넘겨보니 컬러일러스트(비교적 건전) 다음에 등장인물 소개가 있었다. 각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히무라 타츠키-주인공.
사라 로젠하임-주인공의 소꿉친구이자 학생회장. 캐릭터디자인이 신쿠.
히무라 유우-주인공의 피가 이어지지 않은 누나이자 사라의 친구. 스이긴토 타입.
루리카도 마유루-주인공의 여자친구. 얌전하지만 심지가 굳은 성격.
이즈미 카논-쌍둥이 중 언니. 감정표현이 풍부함.
이즈미 후카-쌍둥이 중 동생. 언니와는 달리 조용한 성격.
...뭔가 『로젠메이든』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목차가 있었는데...
제1장
학생회에 어서오세요
제2장
귀여운 쌍둥이가 노리고 있다
제3장
검은 드레스와 오네사마
제4장
홍장미자매의 서약
..................어라 내 눈이 조금 이상한 것 같네(부비부비).
어디 다시 보자...
제4장
홍장미자매의 서약
....................................어이.
다시 한번 표지를 살펴보니 제목의 풀네임(?)이 『고스로리 학생회 ~홍장미의 열연(悅宴)~』이었다. 그리고 제3장도 '오네사마'...
...무슨 소설이지 이거.
어쨌든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기에 떨리는 손끝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성엘모아학원에 입학한 주인공 히무라 타츠키가 등교길에서 쌍둥이소녀가 한 남자의 끈질긴 헌팅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헌팅남의 지나친 태도를 참지 못한 히무라 타츠키는 다가가서 점잖은 말로 말리...는 게 아니라 두들겨 팬다.
「아침부터 발정하지 마! 다음에 또 내 앞에 나타나면 그 못생긴 코가 박살날 줄 알아!」
...첫 장면부터 막나가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에게 헌팅남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남기며 도망쳤다.
「두, 두고 보자!! 이 폭력녀!」
주인공은 여자로 오해받는 일이 잦은, 여성적인 외모의 미소년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타입이긴 한데,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거... 표지만 로젠메이든이고 내용은 마리미테 내지는 오토보쿠 계열 아닌가...
(참고로 등장인물들이 고스로리 복장인 건, 옛날에 학교가 막 설립되었을 시절 온갖 문제를 해결하며 활약했던 초대 학생회장이 유럽에서 온 귀국자녀여서 항상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 불길한 예감을 덮어두면서 계속 읽어봤다. 그런데 몇 분 안 가서 '어라, 의외로 재미있잖아?'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장이 유려하고 스토리의 템포도 좋았는데다가, 생각 이상으로 캐릭터 구성이 괜찮았다. 일단 주인공을 학생회로 끌어들이려는 학생회장 사라와 주인공을 선배들의 마수에서 지키려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마유루의 신경전이 괜찮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피가 이어지지 않은 누나인 유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일단 하급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기품 있는 미녀 타입의 캐릭터(항상 존댓말을 사용)로, 이상한 약을 먹이거나 여장을 시키는 등 동생에게 온갖 방법으로 괴롭히지만 정작 본인에게 악의는 없고 그저 처음 생긴 동생과 재밌게 놀고 싶다는 생각뿐인 캐릭터였다. 특별히 개성적인 건 아니지만, 밸런스가 잘 갖춰져서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출되고 있었다.
하여간 이 정도라면 일반 라이트노벨과 비교해도 수준급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학교에 따로 세워져있는 학생회실에 '홍장미의 별궁'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는 것에는 과잉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신입생인 주인공과 마유루는 사라와 유우의 강요에 의해 학생회에 입회하게 되는데... 사라가 갑자기 성엘모아학원 학생회는 실력은 물론 용모의 아름다움도 갖춰야한다며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대접받은 홍차에는 유우가 탄 이상한 약까지 들어 있어서...

...그 뒤로는 특별한 스토리 전개는 없이 계속해서 에로에로한 에피소드만 나온다. 아니 물론 뭔가 시츄에이션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입부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로젠메이든보다는 마리미테나 오토보쿠 계열이었다. 사실 로젠메이든을 연상케하는 요소는 일부 캐릭터의 외견을 제외하면 사라를 묘사할 때 진홍眞紅(신쿠)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 뿐이었다. 로젠메이든 패러디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은 독자는 꽤 실망하지 않았을까.
그런 반면 로젠메이든은 잘 모르고 마리미테쪽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의외의 만족을 가져다준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을리는 없다. 뒷통수도 이런 뒷통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야기는 마지막 장인 제4장 '홍장미자매의 서약'에서 끝나게 된다. 성엘모아학원 학생회에서 새로 들어온 위원은 다른 위원과 '자매'가 되어 지도를 받게 된다는 설정인데, 주인공은 사라와, 마유루는 쌍둥이와 자매가 된다(어쨌든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였던 유우가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조금 분개했다).
그리고 예배당에서 자매의 관계를 맺는 의식을 벌이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 이걸로 자매의 서약도 무사히 끝났네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지만」
별로 유감스럽지도 않은 표정으로 후후 하면서 웃는다.
「다, 당연하잖아. 누나를 선택하면 어떤 꼴을 당할지... 그것보다 언제까지 달라붙어 있는 거야. 빨리 떨어져!」
「맞아, 유우! 빨리 떨어지라니까!! 타츠키에게 선택받은 언니는 바로 나, 사라 로젠하임이야. 정식으로 서약을 맺은 여동생을 가로채다니, 아무리 네가 누나라고는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소년의 입맞춤을 받은 오른손을 자랑스럽게 들며 주장한다.
「사라야말로, 시치미 떼는 건 그만하시죠. 확실히 당신이 타츠키의 언니가 되고, 타츠키가 자립할 때까지 독점할 수 있죠. 하지만, 아직 서약의 의식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에요」
「웃......」
훈계하는 말투에 진홍색의 소녀는 입을 다문다. 거기다가 후카와 카논까지 학생회장 앞을 막아서듯 유우의 옆에 선다.
「자매의 서약은, 하느님 앞에서 육체를 섞음으로써 정식으로 맺어집니다」

총평:
도입부는 재미있었습니다.
이 캐릭터 구성으로 노멀한 러브코메물이라면 계속 읽었을듯.
일단 잡지를 장바구니에 넣은 건 좋은데, 막상 주문하려고 하니 배송비가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500원...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교보문고에서 샀으면 배송비가 무료라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잡지 가격도 네픽이 더 비싸다는 걸 생각하면 좀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네픽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면서 할인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네픽에서만 할인하는 책을 같이 사면 수지가 맞을 거란 생각에서였다(참고로 이런 사고방식은 과소비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 한동안 깨작깨작 페이지를 넘기면서 적당한 물건을 찾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표지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 이거 2차원드림문고에서 나왔다는 『로젠메이든』패러디 소설이잖아...
2차원드림문고는 쥬브나일포르노(쉽게 말해서 18금 라이트노벨이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킬타임커뮤니케이션의 문고레이블로, 프랑스서원 미소녀문고와 함께 문고판 쥬브나일포르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레이블이다.
그리고 이 『고스로리 학생회』는... 등장인물들의 복장이 『로젠메이든』의 코스프레라고 한때 일부에서 화제가 된 소설이었다. 쥬브나일포르노에서는 가끔씩 이런 패러디성 작품이 나오곤 하는데, 패러디 AV보다는 못하지만 인터넷에서 국지적으로 화제가 되곤 했다. 이 소설도 어떤 서평사이트에 올라온 소개를 보고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네픽에서 생각지도 못한 조우를 해버렸다. 찾아보니 네픽에 2차원드림문고는 이 책밖에 안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걸 사버릴까.
사실 독서대상으로서의 쥬브나일포르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출판계의 동향이나 유행 등에는 항상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대충 숙지하고 있었다. 라이트노벨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일반 관능소설이나 에로만화에 가까운 형식으로 소비되며, 기존의 모에물 내지는 모에에로물과는 뭔가 성격이 다른 장르라는 점에서 계속 흥미를 갖고 업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어쨌든 실제로 책을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쌓아놓은 책도 많은데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 실용성 위주의 책에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웠고, 라이트노벨처럼 꼭 읽어보라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인기시리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입수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이 장르에 손대는 걸 막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에 떡하니, 이미 사전정보를 갖고 있는 책이 나타나버렸다. 주문만 하면 이틀 내로 받아볼 수 있는 사이트에서.
가격이야 네픽이니까 비싸긴 하지만, 이런 책은 교보문고나 YES24에서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주문하는 것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내가 쥬브나일포르노를 한권 구입한다고 하면, 지금 이 타이밍에서 이걸 구입하는 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쥬브나일포르노를 직접 손에 들고 읽어보느냐, 아니면 별로 생각없냐고 넘어가느냐의 문제가 된다. 나는 어느쪽을 원하는가...
쥬브나일포르노를 단순히 연구대상으로 삼을 뿐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론보다는 실제,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2차원드림문고나 미소녀문고의 페이지를 넘겨본 적은 없으면서, 누군가 이 장르에 대해서 언급할 때마다 '하하하 그건 이런 겁니다'라고 아는 척 할 셈인가? 내가 무슨 카스리인가?
...대충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새로운 분야에 손댈 때는 한참 동안 고민하면서 온갖 요소를 따져보는 게 이 인간의 성격이다.
배송비가 아까워서 할인상품을 고른다는 생각은 이미 우주 저 멀리로 사라져버린 후였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중에 정말로 읽고 싶어졌을 때 이게 품절이 되어 있다면 엄청나게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눈에 띄었을 때 먼저 사둔다, 라는 결론이다.
평소에 주로 돈을 쓰는 게 책이었으니까 망정이니, 비싼 명품이나 가전제품이었으면 이미 패가망신했을 거라 추측된다.
...어쨌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프롤로그는 이정도로 끝내고.
하여간 이런 경위를 거쳐서 나는 결국 문제의 『고스로리 학생회』를 손에 넣게 되었다.

표지 중앙에는 일단 '저는 신쿠입니다'라고 주장하는듯한 메인히로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왼쪽위는 스이긴토 같고, 양옆의 쌍둥이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스이세이세키와 소우세이세키 역할일까. ...그럼 오른쪽위는 히나이치고...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페이지를 넘겨보니 컬러일러스트(비교적 건전) 다음에 등장인물 소개가 있었다. 각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히무라 타츠키-주인공.
사라 로젠하임-주인공의 소꿉친구이자 학생회장. 캐릭터디자인이 신쿠.
히무라 유우-주인공의 피가 이어지지 않은 누나이자 사라의 친구. 스이긴토 타입.
루리카도 마유루-주인공의 여자친구. 얌전하지만 심지가 굳은 성격.
이즈미 카논-쌍둥이 중 언니. 감정표현이 풍부함.
이즈미 후카-쌍둥이 중 동생. 언니와는 달리 조용한 성격.
...뭔가 『로젠메이든』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목차가 있었는데...
제1장
학생회에 어서오세요
제2장
귀여운 쌍둥이가 노리고 있다
제3장
검은 드레스와 오네사마
제4장
홍장미자매의 서약
..................어라 내 눈이 조금 이상한 것 같네(부비부비).
어디 다시 보자...
제4장
홍장미자매의 서약
....................................어이.
다시 한번 표지를 살펴보니 제목의 풀네임(?)이 『고스로리 학생회 ~홍장미의 열연(悅宴)~』이었다. 그리고 제3장도 '오네사마'...
...무슨 소설이지 이거.
어쨌든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기에 떨리는 손끝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성엘모아학원에 입학한 주인공 히무라 타츠키가 등교길에서 쌍둥이소녀가 한 남자의 끈질긴 헌팅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헌팅남의 지나친 태도를 참지 못한 히무라 타츠키는 다가가서 점잖은 말로 말리...는 게 아니라 두들겨 팬다.
「아침부터 발정하지 마! 다음에 또 내 앞에 나타나면 그 못생긴 코가 박살날 줄 알아!」
...첫 장면부터 막나가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에게 헌팅남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남기며 도망쳤다.
「두, 두고 보자!! 이 폭력녀!」
주인공은 여자로 오해받는 일이 잦은, 여성적인 외모의 미소년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타입이긴 한데,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거... 표지만 로젠메이든이고 내용은 마리미테 내지는 오토보쿠 계열 아닌가...
(참고로 등장인물들이 고스로리 복장인 건, 옛날에 학교가 막 설립되었을 시절 온갖 문제를 해결하며 활약했던 초대 학생회장이 유럽에서 온 귀국자녀여서 항상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 불길한 예감을 덮어두면서 계속 읽어봤다. 그런데 몇 분 안 가서 '어라, 의외로 재미있잖아?'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장이 유려하고 스토리의 템포도 좋았는데다가, 생각 이상으로 캐릭터 구성이 괜찮았다. 일단 주인공을 학생회로 끌어들이려는 학생회장 사라와 주인공을 선배들의 마수에서 지키려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마유루의 신경전이 괜찮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피가 이어지지 않은 누나인 유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일단 하급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기품 있는 미녀 타입의 캐릭터(항상 존댓말을 사용)로, 이상한 약을 먹이거나 여장을 시키는 등 동생에게 온갖 방법으로 괴롭히지만 정작 본인에게 악의는 없고 그저 처음 생긴 동생과 재밌게 놀고 싶다는 생각뿐인 캐릭터였다. 특별히 개성적인 건 아니지만, 밸런스가 잘 갖춰져서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출되고 있었다.
하여간 이 정도라면 일반 라이트노벨과 비교해도 수준급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학교에 따로 세워져있는 학생회실에 '홍장미의 별궁'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는 것에는 과잉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신입생인 주인공과 마유루는 사라와 유우의 강요에 의해 학생회에 입회하게 되는데... 사라가 갑자기 성엘모아학원 학생회는 실력은 물론 용모의 아름다움도 갖춰야한다며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대접받은 홍차에는 유우가 탄 이상한 약까지 들어 있어서...

...그 뒤로는 특별한 스토리 전개는 없이 계속해서 에로에로한 에피소드만 나온다. 아니 물론 뭔가 시츄에이션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입부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로젠메이든보다는 마리미테나 오토보쿠 계열이었다. 사실 로젠메이든을 연상케하는 요소는 일부 캐릭터의 외견을 제외하면 사라를 묘사할 때 진홍眞紅(신쿠)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 뿐이었다. 로젠메이든 패러디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은 독자는 꽤 실망하지 않았을까.
그런 반면 로젠메이든은 잘 모르고 마리미테쪽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의외의 만족을 가져다준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을리는 없다. 뒷통수도 이런 뒷통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야기는 마지막 장인 제4장 '홍장미자매의 서약'에서 끝나게 된다. 성엘모아학원 학생회에서 새로 들어온 위원은 다른 위원과 '자매'가 되어 지도를 받게 된다는 설정인데, 주인공은 사라와, 마유루는 쌍둥이와 자매가 된다(어쨌든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였던 유우가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조금 분개했다).
그리고 예배당에서 자매의 관계를 맺는 의식을 벌이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 이걸로 자매의 서약도 무사히 끝났네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지만」
별로 유감스럽지도 않은 표정으로 후후 하면서 웃는다.
「다, 당연하잖아. 누나를 선택하면 어떤 꼴을 당할지... 그것보다 언제까지 달라붙어 있는 거야. 빨리 떨어져!」
「맞아, 유우! 빨리 떨어지라니까!! 타츠키에게 선택받은 언니는 바로 나, 사라 로젠하임이야. 정식으로 서약을 맺은 여동생을 가로채다니, 아무리 네가 누나라고는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소년의 입맞춤을 받은 오른손을 자랑스럽게 들며 주장한다.
「사라야말로, 시치미 떼는 건 그만하시죠. 확실히 당신이 타츠키의 언니가 되고, 타츠키가 자립할 때까지 독점할 수 있죠. 하지만, 아직 서약의 의식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에요」
「웃......」
훈계하는 말투에 진홍색의 소녀는 입을 다문다. 거기다가 후카와 카논까지 학생회장 앞을 막아서듯 유우의 옆에 선다.
「자매의 서약은, 하느님 앞에서 육체를 섞음으로써 정식으로 맺어집니다」

총평:
도입부는 재미있었습니다.
이 캐릭터 구성으로 노멀한 러브코메물이라면 계속 읽었을듯.



덧글
DSmk2 2008/01/25 01:04 # 답글
푸하하하하 재밌네요. 이쪽 계열도 깊어서 기웃기웃 거리고 있긴 한데 언어가 짧아서 언제나 좌절합니다. 아무튼 2권이 나오면 다시 소개해 주시길. 나올련지 모르겠지만요.더리올 2008/01/25 01:25 # 삭제 답글
[이것이 역사에 남을 위대한 쥬브나일 포르노킹의 첫 걸음이었다]이라는 나레이션이 첨부될 훗날을 기대합니다
전 요새 유부녀전대 마담파이브란 2차원 드림문고를 읽고 있습니다
저도 굳이 찾아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유부녀전대로 쉐어에서 검색하니까
저게 걸리더라구요 진짜예요?
엘샤드 2008/01/25 01:40 # 답글
이거...생략된 부분만 제외하고 보면 꽤 재밌을지도...동인지 보는 기분 일 것 같아요;
이형진 2008/01/25 01:46 # 답글
재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용자의 상징입지요. (...)질투가면 2008/01/25 02:48 # 답글
[이것이 역사에 남을 위대한 쥬브나일 포르노킹의 첫 걸음이었다]이라는 나레이션이 첨부될 훗날을 기대합니다 2
전 요새 おしかけメイド隊 라는 2차원 드림문고를 읽고 있습니다
저도 굳이 찾아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메이드로 엔디스크에서 검색하니까
저게 걸리더라구요 진짜예요? ┒('▽`)┏
민승아 2008/01/25 03:40 # 답글
뭐랄까...구입을 고뇌하시는 크로이츠님의 인간적인 모습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시오、 2008/01/25 07:57 # 답글
.... 벌써 쥬브나일포르노를 읽어보셨을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동일한 짤방의 두번 사용이 참 인상적이네요. 근데 의외로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index 2008/01/25 11:04 # 답글
나레이션공격!!은혈의륜 2008/01/25 11:22 # 답글
우와아....L.N 2008/01/25 11:54 # 삭제 답글
..........허허.미치겠다. 돈도 없는 주제에 사 보고 싶어졌다(절망).
류시 2008/01/25 13:24 # 답글
이렇게까지 짤방이 적절한 글은 보기 힘든데 말이야...^^;아무튼... 이렇게 또 한명이 낚인 것인가... 라는 결론이 되려나?
설명만으로는 도입부는 참 재미있을 거 같은데 말이지...=ㅁ=
셸먼 2008/01/25 14:24 # 답글
아니 뭐,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걸 몇번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만...야설 요소 제외하더라도 꽤나 재미있더라구요(...)
아니 뭐, 망가도 스토리 좋은게 있잖습니까(....)
히미코 2008/01/25 15:00 # 답글
2차원 드림시리즈는 노벨이 능욕계, 문장이 순애&할렘계로 그 성격이 확실히 양분되어 있는 점이 맘에들더군요, 프랑스의 미소녀문장은 비교적 2차원문장과 성향이 비슷하긴 한데...가끔 능욕이 섞여있어서 난감합니다. 아무튼 여장미소년 좋아하시면 no.71을 추천(도주)Gior키리코 2008/01/25 16:40 # 답글
아 정말 좀 웃었습니다. 이거 꽤 재밌어보이네요^^그란덴 2008/01/25 17:14 # 답글
뭐 이미 번역본이 상당수가 도는 이차원드림문고 (줄담배)제절초 2008/01/25 19:13 # 답글
뭐랄까... 쥬브나일 포르노...라고 써 있는데 내용은 정신줄을 놓칠것 같은 내용이네요;;;March Hare 2008/01/25 23:48 # 삭제 답글
...수고하셨습니다...크로이츠 2008/01/26 22:36 # 답글
DSmk2님/나온지 2년이 다 되어가니 아마 2권은 안 나올 겁니다. 원래 시리즈로 진행되는 일이 거의 없는 업계라서...
더리올님/
그런 킹 싫어요!
그건 그렇고 님...
엘샤드님/
생략해야하는 부분이 90%라서 문제(...)
이형진님/
제가 구입해서 품절이 되었었는데 다시 재고가 생겼더군요(...)
질투가면님/
그런 킹 싫어요!
그건 그렇고 님...(2)
민승아님/
저의 눈물겨운 고뇌에 제 자신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시오、님/
...마음을 비우기 위해 선택한 짤방입니다.
index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은혈의륜님/
후우우...orz
L.N님/
네픽에 아직 재고가 있더군요(...)
류시님/
도입부는 참 재밌었어요... 도입부는...
셸먼님/
저는 잘 모르겠군요(...)
히미코님/
그렇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딱히 여장미소년을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여장을 해도 될 정도의 미소년에 대해서 약간의 흥미를 느낄 뿐입니다. ...뭔가 말해놓고 보니 무척 이상한 느낌이군요.
Gior키리코님/
저로서는 다양한 의미로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란덴님/
그렇군요...
제절초님/
애초에 아동문학을 뜻하는 쥬브나일과 포르노를 결합한 명칭부터가 초현실적이죠...
March Hare님/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