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3일
『리틀버스터즈!』 감상

사람은 상처를 입으면서 성장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아무리 상처입어도 소년과 소녀는 성장하지 않는다. 상처는 상처에 지나지 않으며, 아픔과 눈물을 남길 뿐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아이에게, 그 아픔은 성장통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너는 이제부터 강해질 거라고 말하면서 억지로 황야로 떠밀 수 있을 것인가.
상처 입은 소년과 소녀는 그 아픔에 계속 괴로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데.
때로는 눈을 돌리면서, 때로는 잊은 척 하면서, 때로는 체념하면서 소년과 소녀는 정체된 일상을 걷을 수밖에 없다. 그 가슴에, 자연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끌어안고.
소년과 소녀가 성장하는 것은 오직 한 순간, 자기에게 남은 상처를 직시하고, 그 상처를 받아들였을 때뿐이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할 때뿐이다.
자기에게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아픔을 딛고 선 뒤에야 자기 자신이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 그런 자신을, 소중한 사람이 지켜보고 있음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빛나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것.
어떤 상실을 겪더라도 변하지 않는 이 영원성을 지키기 위해 걸어가기 시작할 때, 소년과 소녀는 처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그 한 걸음. 아픔을 끌어안고 자기 자신의 힘으로 걷기 시작하는, 미래를 향한 한 걸음.
이 공식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과거에 고독과 수치를 느끼던 소녀도,
견디기 어려운 상실에 허구의 영원에 도피하던 소년도,
과거를 잊고 과오를 망각하던 소년과 소녀도,
따뜻한 시간을 쌓아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던 모녀도,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소년도,
모두 똑같았다.
그렇기에 지금의 소년들도 소녀들도, 아픔을 끌어안으면서 한 발작 걸어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세계에 정해져 있는 유일한 성장의 법칙이기에.
그렇기에 소년과 소녀의 성장에서 이어지는 기적은,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우스운 지극히 사소한 것이다. 그것은 상처를 딛고 일어선 소년소녀들의 빛나는 모습에 대해서, 세계가 주는 작은 선물에 지나지 않는다.
선물에 논리는 필요하지 않고, 개연성은 요구되지 않는다. 그것은 정말로, 성장극에 뒤따라오는 작은 덤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니 부디, 당신의 눈이 조금만 더 보일 수 있기를.
마지막에도 웃고 있을 수 있기를.
그 모습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것이다.
이노하라 마사토겨우 찾아낸 거다.
내가 있을 곳을.
그녀석이 줬던 거다.
그곳에서는 어떤 바보짓을 해도 괜찮았다.
그녀석은 상쾌하게 웃어넘겨주었다.
그때마다, 나도 웃는다.
그런 곳이야.
잃고 싶지 않아.
이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준 가장 큰 공로자를 꼽자면 역시 마사토겠죠. 이 캐릭터가 존재함으로써 다른 히로인의 시나리오들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개그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나오기만 하면 바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성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쿄스케의 말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바보였습니다. 정말로 좋은 바보예요.
{식당에 마사토가 우글우글 있는 장면에서는 정말로 폭소했습니다. 진지한 장면일텐데 너무 초현실적이었어요...}
하여간 그래서 저도 근육을 키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미야자와 켄고이제 더이상 발버둥치지 않아도 괜찮아.
예전 같은 너로서 있으면 돼.
이 세계에 있는 한은... 내가 지켜주마.
사실 원조 리틀버스터즈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낮은 캐릭터이겠지만(인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캐릭터들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다른 캐릭터들과 버금가게 좋아합니다. 망가지기 시작하면 마사토 이상으로 바보가 된다는 것도 좋고, 계속 보여주는 남자다운 모습도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후반부의 「웃기지마라...」가 나오는 그 장면에서는 정말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켄고 시점이었을 때의 격렬한 심리묘사에는 그야말로 녹다운.
반론도 있습니다만 저는 {코시키는 현실세계에서는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플레이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두번째 플레이에서는 등장한다는 점(쿄스케가 켄고를 리틀버스터즈에 복귀시키기 위해 세계에 추가했을 뿐으로, 원래는 존재하지 않은 걸로 추측),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을 때 켄고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 코마리 루트에서 켄고가 누군가의 묘에 다녀갔다는 점 등이 근거입니다. 쿄스케가 야구 대결에서 코시키를 이용했을 때도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졌던 걸 봐도, 이미 죽어있는 사람이기에 쿄스케가 거리낌없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확실한 근거는 작중에서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만... }
나츠메 쿄스케나는 단 한가지만을 해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 외에는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최후의...
아니, 제대로 된 일이라고는 한 적도 없으니...
유일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마에다 준 작품을 돌이켜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히로인에 해당되는 캐릭터. 사실 CG도 다른 히로인들보다 많죠(콜드게임의 CG는 원래 없었던 CG를 마에다 씨가 추가로 발주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쿄스케는 마에다 씨가 지향하는 멋진 소년상을 그대로 구현한 캐릭터란 느낌입니다. 항상 괴짜짓만 하는 바보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고 신뢰받는 리더이고, 항상 재밌는 일을 제공해주고,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마에다 씨의 이상형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마에다 씨 자기 자신도 어느정도 투영된 남성상이겠죠(등신대라면 코우헤이와 유키토, 이상형이라면 아키오와 쿄스케가 되는 느낌). 완벽하면서 완벽하지 않은, 정말로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성우를 맡은 미도리카와 히카루의 열연은 그야말로 최고수준. 지금까지 미도리카와 씨가 연기한 캐릭터를 꽤 많이 접해봤습니다만, 이번 쿄스케는 그중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은, 이 사람 없이는 그만한 감동을 주지 못했겠죠. { 마지막에서 빨리 가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끝에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였는데... 정말로 혼을 실은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바로 전의 켄고에서부터 조금 울먹였는데, 쿄스케가 갑자기 울면서 소리치기 시작하자 저도 따라서 울 수밖에 없더군요. 지금까지 냉정을 유지해온 쿄스케가 갑자기 격정을 드러내는 모습, 감춰져있던 깊은 애정, 미도리카와 히카루씨의 열연,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보컬곡들이 모두 어우러져서 정말로 강렬한 장면이 된 것 같습니다. 「내가 훨씬더 너희들을 좋아한단 말야!」라든가, 지금 생각해도 가슴에 울리네요.}
나츠메 린받았던 것.
할 수 있는 것, 소중한 것.
무서운 것만 있는 게 아냐.
더 많이 있었어.
여주인공. 작중에 등장하는 코마리의 그림책에서도 나오듯이, 『리틀버스터즈!』는 남자주인공인 나오에 리키와 여자주인공인 나츠메 린, 그리고 나머지 8명(히로인과 소년들)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조 리틀버스터즈에서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인상이 약한 편입니다. 솔직히 이건 미소녀게임인 주제에 남자캐릭터가 훨씬 눈에 띄는 『리틀버스터즈!』의 괴상한 작풍 때문입니다만...(장르를 연애AVG가 아니라 우정AVG 내지는 개그AVG로 고쳐야합니다) 호흡조절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린 시점에서의 묘사가 좀더 길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4명에 비해 조금 부족한 느낌이더군요.
캐릭터 자체는 지금까지의 Key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타입의 메인히로인으로서, 항상 재미있게 바라보았습니다. 사실 너무 가여웠기 때문에(솔직히 저에게는 미스즈나 나기사 같은 경우보다 린이 더 가엽더군요)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코마리와의 클라이맥스는 아직도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사실 코마리가 이렇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할 줄은 몰랐는데(개별 루트도 가장 밋밋했고...) 실제로는 복선도 많이 제시하고 있고 원조 멤버들 외에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네요. 「당신의 눈이 조금 더, 정말로 조금만 더 보일 수 있기를」도 리키의 기면병(Narcolepsy. 낮에 갑자기 잠들어버리는 병) 극복을 암시하고 있었고.
켄고 에피소드에서 쿄스케를 걱정하는 룸메이트를 보고 켄고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만(그 시점에서의 허구세계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듯), 아마 그건 계속 남아있던 코마리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지...
어쨌든,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정말로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나오에 리키하지만 만나버리면 언젠가 잃게 된다.
그건 무섭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이 충동은 무엇일까...
아아... 그렇구나...
그건... 내가...
잃는 것보다, 만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야.
잃는 것은 슬프고, 괴롭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 만나지 않는 것보다는...
사람과 만나,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어.
지금까지의 Key 작품에서는 없었던 타입의 얌전한 주인공. 기면병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극복해야하는 과거나 심리적 문제가 약한 편이더군요.
코마리의 그림책에서도 나오듯이, {린이 다른 캐릭터들과 친해지는 역할이라면 리키는 다른 캐릭터들의 고민을 해결해가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둘이 함께 '강해지면서' 성장합니다만, 둘이 진정한 성장에 이르기까지는 정말로 긴 여정을 거쳐야 되었죠.
사실 후반부에서는 쿄스케와 다른 이들의 시점에서 리키와 린을 지켜본다는 느낌으로 플레이했었기 때문에, 정말로 대견해하면서 지켜봤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잘 했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목소리를 린 성우가 동시에 담당했다는 것은 좀 의외였습니다.}
『리틀버스터즈!』는 마에다 준 게임의 집대성이자, 동시에 지금까지의 작풍에서 상당한 변화를 시도한 이색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시나리오는 소년소녀의 성장과 그에 이어지는 카타르시스를 기존의 마에다 준 기법을 충실히 계승하며 그려내고 있고, 지금까지 텍스트어드벤처라는 제하된 시스템에서 계속 추구해왔던 '게임이기에 전달할 수 있는 드라마'도 절정에 달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기존작들에 담겨있던 강한 테마나 세계관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상실로 인한 정체성의 위기를 인간관계를 통해 회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세월 동안 하나의 작은 의지를 바탕으로 발버둥쳐온 인간군상을 표현해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의 마에다 준 게임을 문학적인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리틀버스터즈!』는 아마 최하위에 위치하게 되겠죠.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리틀버스터즈!』는 기존작들보다 현실적이고 직접 피부에 와닿는 감흥을 주는, 좀더 생생한 드라마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건 왜 이렇게 되었고 무슨 의미이고 무엇을 상징하는지... 기존의 마에다 준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던 해석 과정이 『리틀버스터즈!』에서는 거의 필요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도 대부분 정답이 제시되어 있으니까요.
5명의, 10명의 리틀버스터즈가 보여주는 감동의 드라마가 『리틀버스터즈!』의 전부입니다. 그들이 웃고 울고 떠들고 소리치고 달리는 모습, 이것이 『리틀버스터즈!』의 테마이자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내지는 판타지적인 드라마라는 인상이 있었다면, 『리틀버스터즈!』는 넘어졌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는 것 같은, 혹은 참을 수 없는 격정에 그자리에서 소리치는 것 같은, 살아있는 인간들의 육체적인 생생함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전투나 야구 같은 육체적인 요소가 소재로 쓰였던 것과는 관계 없이). 여기에 골치아픈 마음의 문제는 별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한명한명의 절실한 감정, 의지, 소망 등이 맥동하고 있을 뿐이죠. 이렇게 모든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 놀고 있는 분위기도, 지금까지의 Key 게임에서는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느낌을, '생명력'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길고 길었던 환상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도달한 것은, 이와 같은 생명력 가득한 소년들의 모습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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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8/13 22:33 | (과거로그)雜說 | 트랙백 | 덧글(5)







그리고 근육을 키우시기로 한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彡 긴니쿠!! 긴니쿠!!!!
⊂彡
p.s.- 링크신고하겠습니다;ㅂ;~//
네타가 될 만한 부분은 안 보이게 처리해놨습니다^^
질투가면님/
왜 이렇게 되는지 의문을 느낄 부분이 이번에는 적었던 것 같습니다.
엔딩의 상쾌함은 역대 최고였던 것 같네요.
제러블님/
플레이하기 전에는 쿄스케가 가장 좋았는데 지금은 켄고도 무척 좋습니다. 리키와 마사토가 잠든 척하고 있을 때 헉헉거리며 들어와서 「내 촌마게 못 봤어?!」하고 외칠 때부터 반했어요(...) 클라이맥스 등 시리어스한 장면에서도 좋았고... 여러모로 매력이 많은 캐릭터더군요(이런 식으로 올곧으면서 서투른 캐릭터, 꽤 좋아합니다).
링크 감사합니다. 저도 링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