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15일
『To Heart』, 『ONE ~빛나는 계절로~』, 『Kanon』 평론 [2]
[2] To Heart (下)
◆진부한 최루성 드라마의 발견
한편 『To Heart』는 이른바 나키게(泣きゲ. 울게 하는 게임이라는 의미), 즉 애절한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주는 게임의 원조로서 취급되기도 한다. 『ONE ~빛나는 계절로~』를 원조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으나, 『To Heart』에는 멀티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멀티는 『To Heart』에 등장하는 히로인 중 한 명으로,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실수투성이인 메이드로봇이다. 테스트를 위해 주인공의 학교에 파견된 멀티는 주인공과 가까워지지만, 테스트가 끝나면서 감정과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멀티 시나리오는 『To Heart』의 시나리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나리오로, 이 시나리오에서 보호욕을 자극하는 멀티에게 애착을 느낀 플레이어는 곧바로 찾아오는 이별에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사실 타카하시 타츠야는 이 시나리오에서 한없이 순수한 멀티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여기에 이별과 상실이라는 직접적인 멜로드라마 요소가 삽입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형태의 직접적인, 어떤 의미에서는 뻔한 전개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To Heart』의 멀티 시나리오를 통해 플레이어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전개로서 '발견'된 것이다.
그 뒤 『MOON.』에서 이미 최루성 스토리를 의식하고 있었던 마에다 준의 『ONE ~빛나는 계절로~』가 뒤를 이으면서 애절한 스토리는 순식간에 에로게의 최고인기 장르로 부상, 결국 다른 매체에도 파급되게 된다.
◆게임 문체의 개발
또한 타카하시 타츠야는 또한 게임에서 사용하는 문체에 대해서 의식한 최초(확인가능한 범위 내에서는)의 시나리오라이터이기도 했다.
『To Heart』에 있어서 타카하시 타츠야는 『시즈쿠』, 『키즈아토』에서 사용했던 긴 문장을 버리고 최대한 짧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려 했는데, 화면에 표시될 때의 가독성을 생각해 2줄 이상의 문장을 최대한 배제하였고 심플한 문장을 통해 스토리의 템포를 빠르게 하였다. 또한 소설과는 달리 표시되는 문자의 속도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인위적으로 리듬을 조절하는 연출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밖에도 타카하시 타츠야는 게임이기에 가능한 문장표현을 다수 시도하였는데, 키다 이스케의 지적을 인용하는 것이지만 멀티 시나리오의 에필로그를 예로 들어보겠다.
「...멀티」
「─네, 히로유키님」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그게 아니잖아, 멀티」
「─......」
「예전처럼 웃는 얼굴 보여주라고」
「─......」
「예전처럼 어리광 부리란 말야」
「─......」
「또 머리 쓰다듬어 줄 테니까」
「─......」
「...응?」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
「─무엇이든...」
이 장면은 소설이라면 한 페이지에 표시될 부분이지만, 『To Heart』에서는 단번에 표시되지 않고 마우스의 클릭을 통해 조금씩 화면에 나타나게 되어 있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주인공 히로유키의 애원과 멀티의 침묵, 멀티의 기계적 응답과 히로유키의 침묵이 반복해서 표시되는 형식이다. 여기에 히로유키의 표정이나 심정 등 다른 묘사문은 삽입되지 않으며 오로지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대화로서 성립되지 않는 대화가 짤막짤막하게 표시될 뿐이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히로유키가 되어, 멀티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마우스를 클릭하게 된다. 이로써 몇 번을 말을 걸어도 똑같을 뿐인 멀티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플레이어는 마우스를 클릭하는 행위를 통해 절실히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게임이라는 표현방식을 의식한 문체는 타카하시 타츠야가 사실상 최초로 사용한 것이며, 게임에서 사용되는 텍스트가 중요시되면서 마에다 준을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게임이기에 가능한 문장 표현 방식을 의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량의 문장을 한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비주얼노벨 스타일보다는 화면하단의 윈도우에 문장을 표시하는 일반적인 AVG 스타일이 더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타카하시 타츠야 이상으로 자유자재로 문장을 구사하는 시나리오라이터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훗날 『月姬』의 나스 키노코가 등장할 때까지 타카하시 타츠야는 이 분야의 1인자로 계속 평가받게 된다.
하지만 타카하시 타츠야와 『To Heart』가 '게임'에 끼친 영향에는, 이런 문체 같은 자잘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큰 부분이 있다.
◆게임성의 상실
본래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 내용을 조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성을 지닌 매체로, 플레이어가 조작을 입력(input)함으로써 그에 따른 결과가 출력(output)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적을 쓰러뜨리거나 수수께끼를 푸는 등 게임을 공략하는 것으로 그에 따른 보상, 즉 이벤트와 엔딩, 하이스코어, 서비스씬 등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에로게 등 미소녀 게임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이벤트나 엔딩(에로게에 있어서는 에로틱한 장면)을 본다는 목적 하에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어 있었다. 플레이어는 커맨드 선택, 맵이동, 육성, 퍼즐, 액션 등 다양한 시스템을 지닌 게임을 '공략'하여 이벤트를 보게 되는데, 예를 들어 『동급생』에서는 특정 시간에 맞춰서 맵을 이동해 특정 장소에 도달하는 것으로, 『도키메키 메모리얼』에서는 육성을 통해 능력치를 올린 뒤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이벤트를 보며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커맨드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게임의 경우도 지금처럼 루트를 결정하는 유명무실한 선택지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한 정답을 찾아내는 수수께끼 풀이에 가까웠으며, 『EVE ~burst error~』등 다음 이벤트를 발생시키기 위해 수십 개의 선택지를 하나하나 선택해봐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중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공략이 어려운 게임도 비일비재했다.
플레이어는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일차적 목적인 '이벤트'를 발생시키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궁극적 목적인 에로틱한 장면과 엔딩에 도달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즉 플레이어는 '수단'으로서 게임의 '시스템'을 사용해 게임을 플레이하여, '목적'이 되는 이벤트 등의 '컨텐츠'를 감상하도록 되어있던 것이다.
그런데 사운드노벨이나 비주얼노벨, 특히 『To Heart』는 본래 게임이 가져야할 이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름에서부터 '소설'을 표방한 이 장르는 스토리를 분기시키는 선택지가 존재할 뿐 게임의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단에 해당되는 게임 플레이 부분을 사실상 삭제해버리고, 목적이었던 이벤트 부분으로 모든 게임의 내용을 채워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선택지가 간단하거나 외길로 되어있는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런 게임들은 단순히 게임으로서 갖춰야할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부실한 게임일 뿐이었다. 하지만 『To Heart』를 비롯한 노벨류의 게임들은 본래 게임이 갖춰야할 공략 시스템을 생략하고, 그 자리에 오로지 스토리만을 채워놓았다.
다시 언급하지만 『To Heart』는 매력적인 미소녀캐릭터가 배치되어있는 즐거운 공간을 즐기는 게임이다. 이 즐거운 공간은 게임을 공략해서 '달성'해야 하는 목적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구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To Heart』에서는 게임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신 미소녀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생활하는 텍스트가 방대한 양으로 삽입되어 있다.
이 결과 게임의 목적이었던 에로틱한 장면이나 엔딩을 보기 위해 거쳐야하는 것이 마찬가지로 목적에 해당되는 '미소녀와의 대화'가 되어버려, 게임시스템을 이용한 플레이를 거쳐 도달하여야했던 컨텐츠를 게임 전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구성이 되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의 컨텐츠로 채워져 있는, 매우 편리하고 풍족한 구성이 된 것이다.
타카하시 타츠야의 확실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묘사된 이 텍스트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마치 소설처럼 즐길 수 있는 텍스트의 매력이 게임을 플레이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재미를 뛰어넘은 것으로, 게임의 '목적'이었던 컨텐츠가 게임을 즐기는 '수단'이었던 시스템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었다.

(A) 일반적인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플레이함으로써 컨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B) 『To Heart』등 비주얼노벨: 게임플레이 없이도 계속 컨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To Heart』 이후 계속해서 비슷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면서, 이벤트를 보기 위해 각종 조건을 만족시키며 공략해야하는 시스템을 게임 속의 스토리를 즐기는 것에 방해가 되는 작업이나 노동처럼 인식하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게임으로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지닌 게임은 앨리스소프트 등 일부 제작사 외에는 거의 내놓지 않는 마이너한 장르가 되었으며, 『To Heart』처럼 특별한 공략 없이도 손쉽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녀와의 연애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유행하게 되었다. 게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이 아닌, 기형적인 장르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같은 비주얼노벨이어도, 『To Heart』는 전작인 『시즈쿠』, 『키즈아토』와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게임이기에 가능했던 컨텐츠의 소실
『제절초』, 『카마이타치의 밤』이 루트마다 설정조차 바뀌는 다양한 스토리의 집합체였던 것과는 달리 『시즈쿠』, 『키즈아토』는 모든 루트가 하나의 세계관 속에 밀접한 연관을 가진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히로인별로 시나리오가 분기되는 다른 게임들과 비슷한 구조로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구조로서, 다양한 엔딩을 보는 것으로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며 특정한 엔딩에 도달함으로써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한 선택지가 출현하게 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외길 구조가 아닌 이상 마음에 드는 캐릭터만 공략하고 나머지는 생략해도 상관없었던 기존의 에로게와 비교하면 이는 실로 파격적인 것으로,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 배드엔딩을 반드시 봐야 하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히로인을 구원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환기시켜 게임에 몰입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배드엔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이와 같은 기법은 이후 업계에 일반적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쓰르라미 울적에』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이와 같은 스토리 구조는 다른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게임이 게임이기에 가능한 표현방식이었다. 시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종적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는 달리 분기를 통해 방사선상으로 진행되는 횡적 구조의 스토리를 구현한, 실로 새로운 타입의 컨텐츠였던 것이다.
하지만 『To Heart』는 『시즈쿠』, 『키즈아토』와는 달리 매우 간단한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To Heart』의 시나리오는 등장인물과 무대를 공통으로 할 뿐인 복수의 학원연애소설의 집합체로서, 『시즈쿠』, 『키즈아토』와 같은 시나리오 간의 연관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a)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1차원적인 컨텐츠을 감상
(b) 『시즈쿠』, 『키즈아토』: 횡적으로 구성된 컨텐츠를 플레이어가 다각도에서 감상
(c) 『To Heart』: 복수의 1차원적 컨텐츠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감상
얼핏 보기에는 선택을 통해 스토리가 변화하는 최소한의 인터랙티브성은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플레이어는 준비되어 있는 복수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을 읽어나갈 뿐이다.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이야기를 소설 읽듯이 지켜볼 뿐인 이와 같은 시나리오에는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는 특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 같은 텍스트에 CG와 음악이 곁들여져있을 뿐, 다른 매체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만약 『To Heart』가 아니라 『시즈쿠』, 『키즈아토』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면, 혹은 『To Heart』가 『시즈쿠』, 『키즈아토』와 같은 횡적 구조로 디자인된 스토리를 지니고 있었다면 AVG 형식의 에로게는 다른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도의 구조성을 지닌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즈쿠』, 『키즈아토』가 아닌 『To Heart』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업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칸노 히로유키의 작품군이나 『시즈쿠』, 『키즈아토』가 제시했던 새로운 표현방식으로서의 발전가능성은 사실상 유실되고 말았다.
그뒤로도 게임이기에 표현가능한 드라마를 추구한 작품들이 가끔씩 나오기는 했지만 마에다 준의 작품군과 나스 키노코의 『Fate/hollow ataraxia』를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은 전무했고, 실험작으로서 호사가들 사이에서나 호평을 받았을 뿐 별다른 발전도 보여주지 못한 채 단발작으로 끝나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To Heart』의 폭발적 인기와 그 뒤를 이은 게임들로 인해 에로게는 게임성을 상실하고 컨텐츠에만 특화된 매체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게임이라는 형태를 이용한 새로운 표현방식으로서의 발전도 중지되게 되었다. 이로써 에로게는 게임이라기보다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소설(특히 라이트노벨)과 비슷한 매체가 되어 소비되기 시작했고, 다른 매체와의 높은 친화성을 지니면서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총괄
타카하시 타츠야의 『To Heart』는 플레이어에게 즐거운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하에 캐릭터를 중시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를 추구한 게임으로, 이를 게임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뒷받침한 작품이었다. 『To Heart』가 큰 인기를 끌면서 플레이어의 인식은 변화하였고, 『To Heart』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 양산되고 지지를 받으면서 업계는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단순한 구조를 취한 캐릭터 중시의 라이트한 연애스토리가 에로게의 주류가 되었으며, 다른 매체에도 파급되면서 오타쿠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모에' 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여담이지만 타카하시 타츠야 자신은 『To Heart』스타일의 라이트한 캐릭터 중시 게임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었으며, 그 영향으로 Leaf의 차기작이었던 『WHITE ALBUM』에는 이에 대한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 훗날의 Leaf가 『코믹파티』등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내놓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천사가 없는 12월』을 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구태의연한 게임을 거부하는 이와 같은 제작방침은 스탭이 계속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Leaf의 정신일지도 모른다.
◆진부한 최루성 드라마의 발견
한편 『To Heart』는 이른바 나키게(泣きゲ. 울게 하는 게임이라는 의미), 즉 애절한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주는 게임의 원조로서 취급되기도 한다. 『ONE ~빛나는 계절로~』를 원조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으나, 『To Heart』에는 멀티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멀티는 『To Heart』에 등장하는 히로인 중 한 명으로,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실수투성이인 메이드로봇이다. 테스트를 위해 주인공의 학교에 파견된 멀티는 주인공과 가까워지지만, 테스트가 끝나면서 감정과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멀티 시나리오는 『To Heart』의 시나리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나리오로, 이 시나리오에서 보호욕을 자극하는 멀티에게 애착을 느낀 플레이어는 곧바로 찾아오는 이별에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사실 타카하시 타츠야는 이 시나리오에서 한없이 순수한 멀티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여기에 이별과 상실이라는 직접적인 멜로드라마 요소가 삽입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형태의 직접적인, 어떤 의미에서는 뻔한 전개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To Heart』의 멀티 시나리오를 통해 플레이어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전개로서 '발견'된 것이다.
그 뒤 『MOON.』에서 이미 최루성 스토리를 의식하고 있었던 마에다 준의 『ONE ~빛나는 계절로~』가 뒤를 이으면서 애절한 스토리는 순식간에 에로게의 최고인기 장르로 부상, 결국 다른 매체에도 파급되게 된다.
◆게임 문체의 개발
또한 타카하시 타츠야는 또한 게임에서 사용하는 문체에 대해서 의식한 최초(확인가능한 범위 내에서는)의 시나리오라이터이기도 했다.
『To Heart』에 있어서 타카하시 타츠야는 『시즈쿠』, 『키즈아토』에서 사용했던 긴 문장을 버리고 최대한 짧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려 했는데, 화면에 표시될 때의 가독성을 생각해 2줄 이상의 문장을 최대한 배제하였고 심플한 문장을 통해 스토리의 템포를 빠르게 하였다. 또한 소설과는 달리 표시되는 문자의 속도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인위적으로 리듬을 조절하는 연출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밖에도 타카하시 타츠야는 게임이기에 가능한 문장표현을 다수 시도하였는데, 키다 이스케의 지적을 인용하는 것이지만 멀티 시나리오의 에필로그를 예로 들어보겠다.
「...멀티」
「─네, 히로유키님」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그게 아니잖아, 멀티」
「─......」
「예전처럼 웃는 얼굴 보여주라고」
「─......」
「예전처럼 어리광 부리란 말야」
「─......」
「또 머리 쓰다듬어 줄 테니까」
「─......」
「...응?」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
「─무엇이든 명령해주세요」
「......」
「─무엇이든...」
이 장면은 소설이라면 한 페이지에 표시될 부분이지만, 『To Heart』에서는 단번에 표시되지 않고 마우스의 클릭을 통해 조금씩 화면에 나타나게 되어 있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주인공 히로유키의 애원과 멀티의 침묵, 멀티의 기계적 응답과 히로유키의 침묵이 반복해서 표시되는 형식이다. 여기에 히로유키의 표정이나 심정 등 다른 묘사문은 삽입되지 않으며 오로지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대화로서 성립되지 않는 대화가 짤막짤막하게 표시될 뿐이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히로유키가 되어, 멀티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마우스를 클릭하게 된다. 이로써 몇 번을 말을 걸어도 똑같을 뿐인 멀티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플레이어는 마우스를 클릭하는 행위를 통해 절실히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게임이라는 표현방식을 의식한 문체는 타카하시 타츠야가 사실상 최초로 사용한 것이며, 게임에서 사용되는 텍스트가 중요시되면서 마에다 준을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게임이기에 가능한 문장 표현 방식을 의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량의 문장을 한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비주얼노벨 스타일보다는 화면하단의 윈도우에 문장을 표시하는 일반적인 AVG 스타일이 더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타카하시 타츠야 이상으로 자유자재로 문장을 구사하는 시나리오라이터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훗날 『月姬』의 나스 키노코가 등장할 때까지 타카하시 타츠야는 이 분야의 1인자로 계속 평가받게 된다.
하지만 타카하시 타츠야와 『To Heart』가 '게임'에 끼친 영향에는, 이런 문체 같은 자잘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큰 부분이 있다.
◆게임성의 상실
본래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 내용을 조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성을 지닌 매체로, 플레이어가 조작을 입력(input)함으로써 그에 따른 결과가 출력(output)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적을 쓰러뜨리거나 수수께끼를 푸는 등 게임을 공략하는 것으로 그에 따른 보상, 즉 이벤트와 엔딩, 하이스코어, 서비스씬 등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에로게 등 미소녀 게임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이벤트나 엔딩(에로게에 있어서는 에로틱한 장면)을 본다는 목적 하에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어 있었다. 플레이어는 커맨드 선택, 맵이동, 육성, 퍼즐, 액션 등 다양한 시스템을 지닌 게임을 '공략'하여 이벤트를 보게 되는데, 예를 들어 『동급생』에서는 특정 시간에 맞춰서 맵을 이동해 특정 장소에 도달하는 것으로, 『도키메키 메모리얼』에서는 육성을 통해 능력치를 올린 뒤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이벤트를 보며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커맨드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게임의 경우도 지금처럼 루트를 결정하는 유명무실한 선택지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한 정답을 찾아내는 수수께끼 풀이에 가까웠으며, 『EVE ~burst error~』등 다음 이벤트를 발생시키기 위해 수십 개의 선택지를 하나하나 선택해봐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중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공략이 어려운 게임도 비일비재했다.
플레이어는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일차적 목적인 '이벤트'를 발생시키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궁극적 목적인 에로틱한 장면과 엔딩에 도달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즉 플레이어는 '수단'으로서 게임의 '시스템'을 사용해 게임을 플레이하여, '목적'이 되는 이벤트 등의 '컨텐츠'를 감상하도록 되어있던 것이다.
그런데 사운드노벨이나 비주얼노벨, 특히 『To Heart』는 본래 게임이 가져야할 이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름에서부터 '소설'을 표방한 이 장르는 스토리를 분기시키는 선택지가 존재할 뿐 게임의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단에 해당되는 게임 플레이 부분을 사실상 삭제해버리고, 목적이었던 이벤트 부분으로 모든 게임의 내용을 채워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선택지가 간단하거나 외길로 되어있는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런 게임들은 단순히 게임으로서 갖춰야할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부실한 게임일 뿐이었다. 하지만 『To Heart』를 비롯한 노벨류의 게임들은 본래 게임이 갖춰야할 공략 시스템을 생략하고, 그 자리에 오로지 스토리만을 채워놓았다.
다시 언급하지만 『To Heart』는 매력적인 미소녀캐릭터가 배치되어있는 즐거운 공간을 즐기는 게임이다. 이 즐거운 공간은 게임을 공략해서 '달성'해야 하는 목적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구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To Heart』에서는 게임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신 미소녀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생활하는 텍스트가 방대한 양으로 삽입되어 있다.
이 결과 게임의 목적이었던 에로틱한 장면이나 엔딩을 보기 위해 거쳐야하는 것이 마찬가지로 목적에 해당되는 '미소녀와의 대화'가 되어버려, 게임시스템을 이용한 플레이를 거쳐 도달하여야했던 컨텐츠를 게임 전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구성이 되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의 컨텐츠로 채워져 있는, 매우 편리하고 풍족한 구성이 된 것이다.
타카하시 타츠야의 확실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묘사된 이 텍스트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마치 소설처럼 즐길 수 있는 텍스트의 매력이 게임을 플레이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재미를 뛰어넘은 것으로, 게임의 '목적'이었던 컨텐츠가 게임을 즐기는 '수단'이었던 시스템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었다.

(A) 일반적인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플레이함으로써 컨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B) 『To Heart』등 비주얼노벨: 게임플레이 없이도 계속 컨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To Heart』 이후 계속해서 비슷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면서, 이벤트를 보기 위해 각종 조건을 만족시키며 공략해야하는 시스템을 게임 속의 스토리를 즐기는 것에 방해가 되는 작업이나 노동처럼 인식하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게임으로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지닌 게임은 앨리스소프트 등 일부 제작사 외에는 거의 내놓지 않는 마이너한 장르가 되었으며, 『To Heart』처럼 특별한 공략 없이도 손쉽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녀와의 연애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유행하게 되었다. 게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이 아닌, 기형적인 장르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같은 비주얼노벨이어도, 『To Heart』는 전작인 『시즈쿠』, 『키즈아토』와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게임이기에 가능했던 컨텐츠의 소실
『제절초』, 『카마이타치의 밤』이 루트마다 설정조차 바뀌는 다양한 스토리의 집합체였던 것과는 달리 『시즈쿠』, 『키즈아토』는 모든 루트가 하나의 세계관 속에 밀접한 연관을 가진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히로인별로 시나리오가 분기되는 다른 게임들과 비슷한 구조로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구조로서, 다양한 엔딩을 보는 것으로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며 특정한 엔딩에 도달함으로써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한 선택지가 출현하게 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외길 구조가 아닌 이상 마음에 드는 캐릭터만 공략하고 나머지는 생략해도 상관없었던 기존의 에로게와 비교하면 이는 실로 파격적인 것으로,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 배드엔딩을 반드시 봐야 하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히로인을 구원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환기시켜 게임에 몰입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배드엔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이와 같은 기법은 이후 업계에 일반적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쓰르라미 울적에』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이와 같은 스토리 구조는 다른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게임이 게임이기에 가능한 표현방식이었다. 시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종적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과는 달리 분기를 통해 방사선상으로 진행되는 횡적 구조의 스토리를 구현한, 실로 새로운 타입의 컨텐츠였던 것이다.
하지만 『To Heart』는 『시즈쿠』, 『키즈아토』와는 달리 매우 간단한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To Heart』의 시나리오는 등장인물과 무대를 공통으로 할 뿐인 복수의 학원연애소설의 집합체로서, 『시즈쿠』, 『키즈아토』와 같은 시나리오 간의 연관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a)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1차원적인 컨텐츠을 감상
(b) 『시즈쿠』, 『키즈아토』: 횡적으로 구성된 컨텐츠를 플레이어가 다각도에서 감상
(c) 『To Heart』: 복수의 1차원적 컨텐츠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감상
얼핏 보기에는 선택을 통해 스토리가 변화하는 최소한의 인터랙티브성은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플레이어는 준비되어 있는 복수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을 읽어나갈 뿐이다.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이야기를 소설 읽듯이 지켜볼 뿐인 이와 같은 시나리오에는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는 특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 같은 텍스트에 CG와 음악이 곁들여져있을 뿐, 다른 매체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만약 『To Heart』가 아니라 『시즈쿠』, 『키즈아토』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면, 혹은 『To Heart』가 『시즈쿠』, 『키즈아토』와 같은 횡적 구조로 디자인된 스토리를 지니고 있었다면 AVG 형식의 에로게는 다른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도의 구조성을 지닌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즈쿠』, 『키즈아토』가 아닌 『To Heart』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업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칸노 히로유키의 작품군이나 『시즈쿠』, 『키즈아토』가 제시했던 새로운 표현방식으로서의 발전가능성은 사실상 유실되고 말았다.
그뒤로도 게임이기에 표현가능한 드라마를 추구한 작품들이 가끔씩 나오기는 했지만 마에다 준의 작품군과 나스 키노코의 『Fate/hollow ataraxia』를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은 전무했고, 실험작으로서 호사가들 사이에서나 호평을 받았을 뿐 별다른 발전도 보여주지 못한 채 단발작으로 끝나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To Heart』의 폭발적 인기와 그 뒤를 이은 게임들로 인해 에로게는 게임성을 상실하고 컨텐츠에만 특화된 매체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게임이라는 형태를 이용한 새로운 표현방식으로서의 발전도 중지되게 되었다. 이로써 에로게는 게임이라기보다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소설(특히 라이트노벨)과 비슷한 매체가 되어 소비되기 시작했고, 다른 매체와의 높은 친화성을 지니면서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총괄
타카하시 타츠야의 『To Heart』는 플레이어에게 즐거운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하에 캐릭터를 중시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를 추구한 게임으로, 이를 게임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뒷받침한 작품이었다. 『To Heart』가 큰 인기를 끌면서 플레이어의 인식은 변화하였고, 『To Heart』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 양산되고 지지를 받으면서 업계는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단순한 구조를 취한 캐릭터 중시의 라이트한 연애스토리가 에로게의 주류가 되었으며, 다른 매체에도 파급되면서 오타쿠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모에' 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여담이지만 타카하시 타츠야 자신은 『To Heart』스타일의 라이트한 캐릭터 중시 게임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었으며, 그 영향으로 Leaf의 차기작이었던 『WHITE ALBUM』에는 이에 대한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 훗날의 Leaf가 『코믹파티』등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내놓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천사가 없는 12월』을 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구태의연한 게임을 거부하는 이와 같은 제작방침은 스탭이 계속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Leaf의 정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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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7/15 17:00 | (과거로그)評或論 | 트랙백 | 덧글(12)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나키게의 원조는 역시 ONE으로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투하트2는 두자리수의 히로인을 가진 게임이었기에 각각의 히로인 스토리에 차별성을 두다 보니 우연히 나키게의 요소를 가진 스토리도 끼어들었다고 봐야겠지요. 사실 멀티 시나리오가 좀 이질적인 면도 있고(PC판 스토리를 놓고 보자면 코토네 역시 나키게 부류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방향성이 '하트풀 러브스토리'에 놓여져 있는 만큼, 눈물을 끄집어내는 것 자체에 집중했던 ONE을 나키게에선 원조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뭐 어딘가 계시판에서 읽었던 냉소적인 의견을 인용하자면, 그냥 에반겔리온 쇼크이후로 진지한 담론을 즐기던 팬들이 오타쿠계에서 빠져나가거나 공황상태에 빠진 동안에, 남아있던것은 캐릭터놀이만 즐기는 소위 '씹덕후'들뿐이라서 그렇게 된걸수도 있겠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_-
비단 일본쪽뿐만 아니라 한국쪽 반응도 대단했거든요. 당시는 아직 인터넷활성화 전이라 VT쪽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각종 오타쿠계열 동호회 계시판마다 '마루치 시나리오때문에 울었다' '야겜하다가 운거 처음이야' '사쿠라코때도 안울었는데 엉엉' 이런 글로 도배가 되고 그랬죠 ^^ 당시 오타쿠들에게 투하트가 끼친 영향은 상당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멀티는 '찡했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눈물까진 아니라서요. ONE이나 키즈아토 치즈루 누님 같은 경우에는 쫌 울었지만. 뭐 그때는 질풍노도의 소년(청소년?)이었으니...
확실히 나스 버섯 선생 이전 이 문체는 거의 지배적인 완성도를 보여줬었죠
게임만에서 보여줄수있는 형식이다보니(저렇게 적어놓으니 인쇄되었다면 완전히 종이낭비스러움이;)
네, PS판쪽이 그런 면을 더 강화했다고 하더군요(개그면이라든가...).
사실 저도 ONE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제가 원래 옛날부터 ONE의 골수빠여서(...). 다만 멀티 시나리오를 원점으로 보는 견해도 많아서 일단 언급해두었습니다.
질투가면님/
캐릭터를 중시하는 팬들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완전히 캐릭터를 중시한 작품인 투하트가 나오면서 그게 일반화되었다...인 것 같네요.
에반게리온 이후로 진지한 담론을 즐기던 팬들이 빠져나갔다...는 건 캐릭터에 대한 애착으로는 진지한 담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 같아서 좀 편견에 찬 의견인 것 같습니다. 사실 에반게리온 이후 진지한 고찰 문화가 다시 불붙은 건 ONE과 Kanon이 나오고 나서부터이고, 이는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착이 원동력이었으니까요.
특정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애착보다는 ‘아는 척’이 고찰의 원동력이었던 구시대의 오타쿠가 빠져나갔다...는 건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특정 작품을 리얼타임으로 봤다던가, 특정 이벤트에 직접 참여했다든가, 누구누구의 대화를 직접 들었다든가 그런 종류의 체험을 스테이터스로 취급하는 경향이 예전의 오타쿠에게는 있었다더군요). 변화하는 풍조에서 자기들이 떠들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버려서 결국 세대교체가 된 느낌.
한국쪽의 반응은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에로게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확실히 양지로 나온 것도 투하트부터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제목없음님/
실은 일본 소설계에 한페이지에 한문장씩 쓰는 표현을 시도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포스트모던적인 기법으로써...
(다만 소설에서는 게임에서처럼 다용할 수는 없었겠죠)
정상화님/
ONE과 Kanon입니다^^ 공통된 부분도 많습니다만 역시 다른 부분도 많고, 역할도 다르기 때문에 분리해야될 것 같았습니다.
퓨쳐워커에 그런 부분도 있었군요. 읽은지 한참 지나서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러고보면 라이트노벨 중에 『헌티드!』에서도 비슷한 연출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건 페이지의 상하를 나눠서 전개하는 거였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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