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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마 토오루 『팔티마의 야상곡』 감상

카렌의 목소리가 거칠어져도, 루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기뻤어. 참고 눈을 감고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밥을 먹기 위해 얻어맞아도 참고 있어야 했던 때가 있었어. 그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뿐만 아니라 돈도 벌 수 있고, 그 돈은 내 것이고, 자유롭게 마음대로 쓸 수 있어. 기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나는 자유가 좋고, 돈이 좋아. 안 돼?」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좋지도 않지」
「무슨 소리야?」
「이대로 계속 일하다가, 가게를 차린다. 반대하지는 않아. 혼자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 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정말로 그래도 괜찮나?」

정말로라니 뭐야, 정말이든 거짓말이든, 지금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너는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확실히 말해. 그래서 맘에 안 드는 건 루이, 너잖아. 대체 뭐야, 냉정한 척 하면서.

「그러니까, 좋아하는 남자를 만들어서 결혼하고 손을 씻으라고? 리아처럼?」

리아의 이름을 꺼내자 루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면 너는 뭔데? 루이. 아직도 질질 끌고 있잖아」

이번에는 카렌의 금색 눈동자가 루이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 걱정하기 전에 자기 걱정부터 하면 어때?」

심술궂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말해봤자 어쩔 수 없는 일로 말싸움해봤자 의미는 없다. 하지만 감정이 멈추지 않는다.

「뭐야, 대체. 이런 얘기를 시작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한테 설교하고 싶어서 온 거야? 웃으면 안 돼? 울고 있어야 하는 거야? 네가 우울한 건 나 때문인 거야? 지금 얘기라면 완전히 내 탓인 것 같잖아. 루이가 꼴사나운 인간이 된 건」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
「말했어. 창부는 분명히 떳떳한 직업은 아냐. 그걸로 네가 우울해지는 건 네 자유지만, 나까지 말려들게 하진 마」
「너야말로」

루이의 목소리에도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라니. 루이가 시비에 반응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필에게 너무 꼴사나운 짓은 하지 마」




『9S(나인에스)』의 하야마 토오루씨가 여성향 라이트노벨에 처음 진출해서 내놓은 신작. 패미통문고를 내놓는 엔터브레인의 여성향 문고인 B's-LOG문고에서 나왔습니다.
『9S(나인에스)』가 의외로 여성인기가 높아서, 팬레터도 여성팬이 보낸 게 더 많다더군요. 특히 최근에는 정장남들의 인기가 급상승중이라는 듯. 역시 우리 야시로가 최고! 하여간 그런 연유로 해서 B's-LOG문고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곳은 항구도시 팔티마. 주인공인 카렌은 팔티마의 주점에서 일하는 창부입니다. 고아인 그녀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립해서 살아가는 것을 원해, 노후에도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창부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성향 라이트노벨의 여주인공으로서는 흔치 않은(남자주인공이라면 있을 법 합니다만), 유니크한 설정이군요. 그런고로 프롤로그부터 정사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카렌은 예전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그녀가 일하는 주점의 주인이기도 한 루이, 그리고 고아였던 것을 그녀가 거두어들여 기른 필이라는 두 명의 남자와 함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만, 어느날 팔티마에 나타난 키스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카렌의 마음은 흔들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여주인공을 둘러싸고 미남자들이 모여 있는 흔한 구도의 여성향 할렘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계속 읽다보니 의외로 시리어스한 시대극에 가깝더군요. 라이트노벨이라기보다는 사라 더넌트라든가, 중세 유럽을 무대로 인간군상을 그린 시대극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남유럽의 항구를 모델로 하였다고 합니다만, 작중의 정경 묘사가 상당히 잘 되어있어서 등장인물들이 있는 거리나 가게의 분위기를 쉽게 상상할 수 있더군요(돌을 깔아서 만든 도로를 계속 걷다보면 구두가 닳는다든가). 생활상도 잘 묘사되어 있고, 소설 속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심리의 흐름을 기반으로 한 시리어스한 스토리 전개도 잘 짜여져 있어서 계속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여성향 라이트노벨로 나온 소설이라서 그런지 주인공의 처지와 그에 대한 고민을 너무 깊게 다루지는 않고 있다고 느꼈는데, 러브코메 할렘물이 주류인 B's-LOG문고에서는 매우 시리어스한 축에 속한다는 듯 하네요(...).

하지만 여성향의 로맨스물로서는 남주, 즉 남자캐릭터의 매력이 잘 전해지지 않아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애정을 가질 만한 묘사가 부족해서 아쉽더군요.
『9S』의 정장남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각자 비밀조직의 프로페셔널이라는 기본 바탕 위에(회사일은 뒷전이어도 리맨물의 리맨이 인기 있는 건 리맨이라는 스테이터스가 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위트와 애교(?)를 갖춘 훈남들이기 때문인데... 그런 것도 전혀 없어서 매력을 찾기가 어려웠는 듯. 그렇기 때문에 어째서 카렌이 그 남자를 선택하였는가...에 대해서도 필연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웹상의 반응을 살펴보면 가장 묘사가 많고 매니저(?)로서 믿음직한 루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뿐이더군요. 저도 그렇고(...).

여주인공의 삶의 방식 등에서는 어느정도 통하는 면이 있긴 합니다만 하야마 토오루씨의 소설에 있던 장점은 찾아보기 어렵고, 여성향 라이트노벨로서도 좀 부족한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고조되는 느낌도 부족하고, 결말에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도 단점인 것 같네요.
하지만 중세풍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소설로서는 상당히 읽을 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1권에서는 막을 내린 카렌의 스토리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쪽에 대해서는 다음 권을 기대해야겠네요.
그리고 작품의 내용과는 별 관계없는 얘기입니다만 B's-LOG문고는 커버디자인이 매우 미려하군요. B's-LOG문고에서 나온 책을 사는 건 처음인데, 깔끔한 장정이 다른 어느 문고보다도 나은 것 같네요. 책장에 주루룩 꽂아놓으면 깔끔하고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이것 때문에 B's-LOG문고를 잔뜩 사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by 크로이츠 | 2007/07/01 23:02 | 라이트노벨 잡담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시오、 at 2007/07/01 23:28
9S도 처음에는 '보통'이었지 않습니까. 쓰면서 차차 남자캐릭터들의 매력이 드러났으면 좋겠네요. 근데 여기엔 클레어같이 귀엽고 무표정한 소녀나 마야같이 떽떽거리는 미소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나요(...)
Commented by 새-하 at 2007/07/02 06:40
무려 소녀소설을 쓰고 있었군요.........일러스트가 아주 예쁘네요. 기회가 닿으면 읽어 보고 싶네요..
9S가 여자팬이 많다는 건 그러고보면 왠지 납득이 갈 것 같기도; 전 다테파입니다[..]
Commented at 2007/07/02 16: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크로이츠 at 2007/07/03 01:48
시오、님/
하지만 다음권에서는 주요인물들이 교체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요 여자캐릭터로 카렌 말고 또 한명이 있긴 합니다만 이미 죽어서(...). 다음권부터는 여자캐릭터를 늘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작풍이 작풍이다보니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새-하님/
큰 기대는 갖지 않고 있었는데 꽤 괜찮더군요.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었고...
저는 다테가 야시로를 괴롭히는 장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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