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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럴 ~추리의 띠』완결편 감상




15권으로 완결, 입니다.
해적판으로 처음 접했던 묘한 추리만화에서 단순한 수수께기 풀기가 아닌 두뇌전의 재미를 알고, 히요노의 당당한 모습과 리오의 간절한 호소에 매료된지도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군요. 잡지에서는 이미 작년에 완결되었습니다만, 단행본만 읽는 저는 이제서야 완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포일러를 약간 당하긴 했습니다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 같네요.

11권 이후 이어졌던, 일종의 판타지 스토리의 완결편으로서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시리즈가 후반에 들어서면서 항상 그랬듯이, 대사에 현실감이 없고 관념적인 얘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대사가 많았습니다만, 그 '논리'의 전개 자체는 매력적인 것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긴장도, 동요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야기속에서 비유되는 것처럼 완벽하게 아름답고 올바른 건 아니었습니다만, 불완전하게나마 아름답고 올바른 전개였다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이 만화가 완결되면서 수없이 많은 불만이 터져나온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만화를 읽어오면서, 작중의 캐릭터에게 애착을 갖지 않은 독자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에 매력이 없는 만화도 아니고, 그런 감정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만화도 아니니까요. 적어도 한두 캐릭터 정도에게는, 애착을 가질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 만화는, 독자가 갖고 있는 그런 애정에 보상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멋지게 활약하는 장면이나 행복해지는 결말을 원했다면, 이 만화는 '배신'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도중에 퇴장했던 카논이고, 15권의 유이자키 히요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 두사람의 취급에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고, 저도 불만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캐릭터들은 독자가 원하는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으며, 만화를 구성하는 '논리'에 의해 희생될 뿐입니다(여기서 '논리' 대신 '스토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도 상관 없습니다. 이 감상의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 희생이 된 캐릭터들이 다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나 우정을 위해 자기 몸을 내던진 거라면 독자도 어느정도 납득을 하겠습니다만, 그들은 '아름답고 올바른 논리의 흐름', 즉 희망이나 미래라는 이름의 실감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운 관념적인 개념을 위해 자진해서 스토리를 위한 도구가 됩니다.
결국 『스파이럴 ~추리의 띠』는 논리와 논리가 가져오는 희망이라는 구조를 중요시한 나머지 캐릭터들에게 그런 '역할'을 강요하는 만화가 되었고, 지금까지 이 만화의 인기를 지탱해줬던 독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배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만화는 현실감이 부족한 편입니다. 현대를 무대로 하고 있고 판타지&SF 요소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만, 지나치게 관념적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만화 속의 세계에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거리감이 있는 이 만화에 독자들이 그나마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것에 부응해주지 못한 이상 독자는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히 『스파이럴 ~추리의 띠』는 불완전하게나마 아름답고 올바른 논리로 완결된 작품입니다만, 그 논리를 위해 등장인물들을 체스의 말 상태로 만들어(아이러니컬하게도, 작중의 등장인물들은 체스의 말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독자들의 애정에 부응해주지 못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알쏭달쏭한 뜬구름 잡는 소리 이상의 결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평가는 끝났으니, 여기서부터는 캐릭터 모에를 비롯한 잡담입니다(조금 스포일러 포함).
{나.루.미.키.요.타.카.왕.재.수.
싫은 건 아닌데,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마도카 누님한테 이나즈마킥 수십방은 맞아야될듯.
마도카 누님한테 잔뜩 혼나라지. 흥-_-

아유무에게는 동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정이입은 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만, 15권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괴로워했는지 계속 지켜봤기 때문에 반감은 갖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귀여움성이 없어서 문제지만요. 순간순간을 제외하면, 너무 냉정해서 아쉬워요. 나이에 걸맞게, 주위의 누나들한테 기대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가뜩이나 누님 캐릭터들에 둘러싸여있으면서.

히즈미도 동정. 14권의 예고에서 아유무와 손을 잡는 게 아닐까하고 기대했었는데, 그정도로 절망시켜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최종화에서의 결말도, 너무 불쌍했어요.
아이즈라든가 코우스케라든가 료코라든가는, 뭐 적당한 결말이었는듯. 리오도, 마지막으로 좋은 말을 해주고 가서 좋았습니다. 아유무에게 졌을 때의 대사를 본 이후 계속 좋아했던 캐릭터입니다만, 조역으로서는 이정도 장면이 한계겠죠.
마도카 누님도 키리에 누님도, 마지막으로 모에를 남겨줄 줄 알았는데 강렬한 건 없었네요. 마도카 누님의 '私, 人妻だし'라든가, 나쁜 여자처럼 보일까봐 금연하려고 츄파ㅤㅊㅠㅂ스를 물고 있는 키리에 누님이라든가 강렬했었는데 말이죠...-_-

...그리고,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였던 유이자키 히요노. 한때는 거의 존경까지 했을 정도였었죠.
저는 완전한 '일반인'인 주제에 상식을 초월한 행동력과 의지를 갖고 있던 히요노를 좋아했습니다. 유쾌한 성격인데다가 , 아유무를 끝까지 믿고 지탱해주는 히요노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신당할 줄은 몰랐군요. 히요노는 일반인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비일상측의 인간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받아들여야죠. 미인이니 용서(어이). 후기에서 스토리 작가의 설명에는,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혹은 남자에게) 편리한 히로인은 수없이 많다구요 시로다이라씨...

사실 더 충격이었던 아유무와 히요노가 제대로 맺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히요노->아유무가 아니라 아유무X히요노가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아유무가 조금씩 히요노한테 마음을 열어가는 것처럼 보여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아유무하고 맺어지지 않으면 やだやだ!
키스도 하고 베드인도 하지 않으면 やだやだ!
아유무가 츤데레가 되어서 제대로 애정표현해주지 않으면 やだやだ!
나중에는 애도 낳아서 오손도손 살거라는 예감을 주지 않으면 やだやだ!

아유무가 최저한의 애정표현은 해주긴 했지만, 이거면 너무 쓸쓸하다구요. 너무합니다.
악수가 뭐야 키스, 아니 포옹 정도는 해달라고 하라고 바보바보 ...ㅠ_ㅠ 러브호텔에 끌고가도 모자랄 판에ㅠ_ㅠ

...뭐.
히요노가 일반인이 아니더라도, 아유무X히요노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츠키오미학원 신문부 부장 유이자키 히요노, 사랑에 꿈꾸는 미소녀예요」가 연기여도 상관없습니다.

아무리 어른스러운 모습인 그녀라도, 씁쓸한 표정으로 변명하는 모습에는 분명히 소녀의 마음(乙女心)이 존재하고 있었고.
...아유무와 헤어진 뒤 피어스를 움켜쥐면서 흘렸던 그녀의 눈물은, 이 이야기속에 등장했던 어떤 인물의 어떤 대사보다도, 진실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저는, 그녀를 계속 좋아할 수 있습니다.
}


...독자의 해석에 맡기는 엔딩이었습니다만.
저는, 그후의 등장인물들이 최대한 만족스러운 인생을 보냈으면 합니다.

by 크로이츠 | 2006/01/31 01:22 | (과거로그)漫畵 | 트랙백(1) | 덧글(10)

Tracked from OmegaBass의 하.. at 2006/03/04 14:00

제목 : 스파이럴 완결, 그리고 감상
[#IMAGE|b0046084_1384063.jpg|200603/04/84/|mid|158|240|pds2#]※최고의 콤비. 아유무&히요노 ※크로이츠님의 감상문 보러가기......more

Commented by 새하君 at 2006/01/31 02:16
아악.. 가장 좋아하는 노멀커플중 하나였는데.. oTLOTLoTLOTL
역시 히요노는 안타깝습니다. 할 말을 다 해주셨으니 패스[..
Commented by Dalpang-e at 2006/01/31 04:17
어차피 남겨진 비밀도 거의 짐작했고, 결말도 다 짐작한 상태에서,
스포일러를 읽어보니 역시나 그대로구나...라는 생각이네요.
직접 단행본을 봐봐야 알겠지만 거의 확실할지도 모르지만요.

아무튼 마지막까지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십자계는 두번다신 이러지 말아주고...
Commented by 라그나 at 2006/01/31 08:17
결국 그런 거였습니까. 추리물의 상식을 벗어나는 작품이라 꽤나 재밌게 봐왔거늘...
그리고 크로이츠님 마지막 대사에 전격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高原万葉 at 2006/01/31 10:33
완결되었나보군요. 단행본 나올때마다 사봤는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때려쳤을 작품입니다. 15권 사러 가야겠네요.
Commented by 민승아 at 2006/01/31 10:37
얼른 정발 되길 기다려야겠군요...
Commented by 팔랑기테스 at 2006/01/31 12:39
///히요노가..히요노가...으아아아아아아!!....
Commented by 밀피 at 2006/02/01 08:51
안녕하십니까~ 밸리에서 검색하고 들릅니다.

전 히요노-->아유무였던 구도가 히요노<->아유무가 될 수 있도록
뒤집어진 것으로 느꼈습니다 ^^ 대등해진건 확실하니까요 (웃음)

히요노의 눈물과 마찬가지로,
그와 동시에 아유무가 역에서 집어삼킨 눈물은
히요노를 위한 눈물이라고 생각하고요 (웃음)

깨끗이 헤어지기 위해서 "끝까지 모두 연기였다" "이름도 기억 못 했다"
는 입장을 관철하는 녀석인데 어쩌겠습니까. 오히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누구더라"라는 식인 그녀석의 투철함에서 히요노에 대한 감춰진 애정이
느껴진다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지... 어찌 보면 너무 이해하기 쉬운 성격 (훗)

어쨌든 꽤나 추리물(스파이물?)다운 이별 장면이었지요.
아유무의 몸이나 남겨진 문제는 많이 아쉽지만..
히요노X아유무를 위한 끝이었다 생각하기에 무척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비록 서로 울리지만 마음 속으론 오히려 깊게 맺어지며 헤어지는 슬픔과 감동 ㅠ_ㅠb
Commented by 크로이츠 at 2006/02/02 14:17
새하님/
저런 히로인, 찾기 어려운데 말이죠...-_-

Dalpang-e님/
사실 저는 결말은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_- 완전히 상상을 초월하는(반쯤은 나쁜 의미) 마무리더군요...-_-
솔직히 십자계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품이기 때문에 영 불안합니다=_=

라그나님/
초반~중반부는 좋았는데 말입니다...-_-

高原万葉님/
결말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읽긴 했습니다만, 후반부는 역시 읽기가 껄끄러웠습니다.

민승아님/
봄에는 나올듯 하네요.

팔랑기테스님/
히요히요...orz

밀피님/
안녕하세요~
히요노를 아유무와 대등하게 만드려는 시로다이라씨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의도는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좀 찰싹 붙어주길 바랬거든요orz
애정표현도 쌀쌀맞게 하는 것이 아유무답긴 했습니다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너무 초지일관이어서...-_-
마도카 누님에 대한 마음을 거의 정리한 다음에야 마도카에게 마음을 열었던 걸 생각해보면, 그러는 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요.
Commented by OmegaBass at 2006/03/04 14:00
이제야 15권을 보고 트랙백 해갑니다..ㅇㅁㅇ/
정말 제게 있어서도 최고의 만화였습니다. 흑흑..ㅠ_ㅠ
Commented by 크로이츠 at 2006/03/05 00:38
OmegaBass님/
감상 잘 읽었습니다~ 다음작에도 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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