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27일
[마리미테 2차창작] 겨울의 벚꽃
※ 이 글은 토도 시마코의 시점으로 백장미 자매의 관계를 다룬, 보완계 시리어스 팬픽입니다.
※ 기본적으로, 『레이니블루』까지 본문 중에 명시된 토도 시마코의 심리 묘사를 고려한 상태에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본편 소설을 다 읽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의미불명의 내용이 많습니다.
※ 이 글은 『사랑스런 세월(後篇)』의 ‘will’의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가시나무의 숲』에 해당되는 시기로 시점을 되돌립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날, 나는 유미 양과 '유언'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유미 양한테라면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꺼냈다.
"응. 언니는, 유미 양을 귀여워하고 있으니까."
유미 양은 그 말을 듣고 곧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나, 시마코 양의 기분 같은 건 전혀 생각 못하고, 로사 기간티아에게 너무 어리광 피웠던 것 같아.”
"어머, 아니야. 그런 생각 조금도 안 하고 있어."
나는 어디까지나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며 그렇게 말했다.
미소를 지으며 유미 양에게 말한다.
"나는, 유미 양에게 감사하고 있을 정도인걸. 나, 어리광 같은 건 잘 못 부리고, 처음부터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자매였으니까."
그래.
나는, 유미 양에게 질투 같은 건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하지만, 예전에는 어땠을까.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겨울의 벚꽃
언니가 생활지도실에 불려나갔던 그 날.
다과회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언니와 언니의 의향으로 남은 유미 양, 요시노 양을 제외하면 이제 남아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 되어버렸다.
"뭔가 도와드릴 일, 있으신가요?"
그렇게 내가 묻자, 언니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별로. 특별히 할 일은 없어."
아무 정보도, 감정도 실리지 않은 말투.
유미 양과 요시노 양이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언니에게 보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가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를 바라보는 유미 양에게, 언니가 성가시게 해서 미안하다고 웃으며 사과한다.
가방을 들고,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안에서 요시노 양이 언니에게 뭐라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언니는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를 해줄 생각이겠지.
나는, 언니의 입으로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유미 양과 요시노 양만을 남겼다. 언니의 여동생인 나는, 이렇게 혼자 장미의 관을 나서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특별히 불만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마도 언니는 나를, 남고 싶으면 자기 입으로 남겠다고 말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을 나서는 자신을 붙잡지 않았다. 물론 그건 맞는 얘기고, 특별히 지금 언니의 과거를 듣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는, 언니가 나한테 얘기하려고 할 때 듣고 싶었다. 언니가 내가 들려달라고 할 때 들려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내쪽에서 들려달라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언니가 들려줄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기다리고 있지는 않아. 언니가 얘기해주면 진실된 자세로 들을 뿐.
언니도 내가 듣고 싶다고 할 때 성심성의껏 얘기해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시마코에게도 얘기해줘야지, 하고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언니라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적기에 우리는 정적인 자매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고, 베풀지도 않는 자매였다.
그리고, 나는 이에 불만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나는, 언니의 과거를 알지 못해도 언니를 사랑할 수 있다. 언니도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었기에, 나는 언니의 여동생이 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더 깊은, 영혼까지 이어져 있는 동질적인 존재. 그것이 나라는 존재와 사토 세이라는 존재.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들은 자매로서 깊게 이어져 있다.
표면적인 것들은 알지 못해도 상관 없어. 우리들은 이걸로 충분하니까.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고 믿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요즘 들어, 언니가 유미 양과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언제나처럼 장미의 관에 산백합회 멤버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방과후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언니가 조금 경박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나르는 유미 양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린다. 유미 양은 비명을 지르고, 사치코 님은 그걸 보며 화를 낸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나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유미 양에게 장난을 치는 언니는 정말로 즐겁고 활기차 보인다. 언니가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거운 기분이 된다.
예전에 다른 학생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을 때의 언니는, ‘경박함’을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즐거운 듯 웃고 있지만, 어딘가 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요즘의 언니는 정말로 즐거운 것 같다. 유미 양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유미 양은 언니가 지고 있던 몇 가지 무거운 짐들을 덜어준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갖는 그 힘을, 나는 조금 부럽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유미 양 같은 타입이었다면, 언니는 좀 더 일찍부터 편해질 수 있었을까.
언니의 품 안에서 발버둥치는 유미 양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겹쳐본다.
때는 봄. 내가 장미의 관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아직 언니와 자매가 아니었던 시기.
눈 앞에, 유미 대신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언니, 아니 로사 기간티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나 즐거워하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얘기를 꺼내는 로사 기간티아.
따뜻한 말을 건네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로사 기간티아.
나의 목덜미나 귀, 다른 곳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로사 기간티아.
내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면서 점점 더 짓궂어지는 로사 기간티아.
그때, 사치코 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미 양에게 장난을 치고 있던 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언니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언니는 유미 양에게서 떨어져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언니는 더 이상 내 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언니를 만날 수 있는 날. 하지만 2학기가 끝나는 종업식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언니를 만나는 올해의 마지막날이기도 했다.
종업식을 끝낸 뒤, 유미 양과 함께 점심 미사가 열리는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들어서자 앞쪽에 앉아있던 언니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이봐, 여기여기.”
자리를 잡아두고 있었는지 언니는 유미를 사치코 님의 옆에 앉혔다. 그리고 언니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웃으며 인사한 뒤, 언니 옆에 앉았다. 그때, 나와 언니의 팔이 조금 스쳤다.
옷 너머로, 한 순간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곧바로 나는 언니에게서 몸을 땠다.
닿을 듯 말 듯한, 그런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며 언니의 옆자리에 앉아있는다.
피부로 실감하는 온기는 기분 좋았지만,
떨어지는 게 두려웠다.
미사가 끝나고, 우리들은 장미의 관으로 향했다. 다른 상급생들은 먼저 도착해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이 님이 만들어온 케이크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유미 양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싱크대로 향했다. 이미 와있던 요시노 양과 함께 준비를 하면서 얘기를 하고 있자니,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유미 양의 목소리도 들렸다.
아무래도, 언니는 유미 양을 데리고 어딘가를 다녀올 모양이다.
그때, 요시노 양이 재미있는 농담을 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 언니는 유미 양을 데리고 방을 나가버렸다.
이미, 의욕은 없어져버렸다.
나는 적당한 핑계를 댄 뒤 장미의 관을 나왔다.
나는 인적이 없는 교정을 정처 없이 걸었다.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나무 아래에 서있었다.
그곳은, 나와 사토 세이가 처음 만나, 반년 후 자매가 되었던,
그, 벚나무 아래.
“나, 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요즘의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유미 양에 대한 질투, 인걸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야. 언니를 즐겁게 해주고, 기운 나게 해주는 유미 양은 정말로 고마운 존재. 질투하거나 시기하지는 않아.
그저, 부러웠다.
언니가 관심을 가져주고, 만져주고, 귀여워해주는 유미 양이, 더할 나위 없이 부러웠다.
그런 거, 자신한테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들은 다른 자매와는 다른, 깊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서로를 향해 서툴게 손을 뻗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끔씩, 아주 가끔씩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부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토 세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사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가끔 흔들리게 됩니다.
당신은 나의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떻게 학교에 오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언제 잠이 들고 언제 일어나는지 알고 있습니까.
대체 당신은, 나의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내부. 나라는 존재 자체.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당신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나는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는 달리 약하고 어린 나는 가끔 이렇게 흔들리게 됩니다.
정말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건가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다른 사람들을 부럽다고 느끼면, 안 되는 걸까요…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벚나무 아래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던 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체 몇 시쯤 되었을까. 하늘이 조금 어두웠다.
지금쯤 장미의 관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일 텐데, 큰일이네.
초조해진 나는, 얼굴에 남은 눈물자국을 손으로 닦으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가 일어서려는 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잘 잤어?”
웃으면서 눈가를 비비는 그 사람은…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서, 깨우지도 못하고 그냥 옆에서 앉아있었지. 그러다 보니 나도 졸게 되더라고. 지금 몇 시야?”
“언니…”
옆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졸린 얼굴로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언니, 사토 세이였다.
나는 힘이 빠져,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시마코? 왜그래?”
“아하하…”
나는, 조금 웃으면서,
조금, 울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건가요?”
눈물을 훔치며 묻는 나에게, 언니는 기지개를 펴며 대답했다.
“유미짱하고 중간에 헤어진 뒤, 카스가 씨를 학원장실에 안내하고 조금 늦게 장미의 관에 돌아갔는데 시마코가 없더라고. 그래서 밖에 나와서 찾아봤지.”
“카스가 씨?”
“스가 세이의 본명.”
“…『가시나무의 숲』을 쓴?”
“응.”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스가 세이 씨가 리리안에까지 찾아온 걸까. 그걸 묻고 싶어졌다.
…아냐.
정말로 물어야 할 건, 그게 아니지.
나는, 시오리 씨에 대해서 묻기로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오…”
“그런데 말야, 시마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언니가 입을 열었다. 나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시마코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말이지.”
“…저한테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오리하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싶어서.”
그것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어, 언니…?”
“아니, 실은 전부터 계속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시마코는 듣고 싶으면 자기가 먼저 들려달라고 말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서, 들려달라고 말할 때에 얘기해주려고 했었는데, 시마코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 말야. 내가 생활지도실에 불려갔던 그날에도 그냥 가버렸고… 음음, 혹시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은 거야?”
언니는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 뭐야.”
찜찜한 표정을 짓는 언니를 바라보며, 나는 눈가를 훔쳤다.
“언니.”
“응?”
“언니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저도, 저에 대해서 언니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시마코…?”
“알고 있어요. 그런 거 몰라도, 우리들은 분명히 자매라는 거. 하지만, 자매니까, 서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요?”
그래.
서로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자세히 안 다음에도 사랑할 수 있겠지.
“그리고… 가끔은, 저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요. 유미 양처럼.”
“시마코.”
언니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따뜻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다. 마치, 자매가 되어 로자리오를 손목에 감아줄 때와 비슷한 표정.
언제부터인가, 눈이 내리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의 하늘을 수놓는 하얀 눈송이는, 나에게는 벚꽃의 꽃잎처럼 보였다.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휘날리고 있던, 그 꽃잎들처럼.
첫 만남을 연상시키는 그 광경 속에서, 언니는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언니에게 이끌려 나도 일어선다.
“너무 늦었네. 일단 지금은, 장미의 관으로 돌아가자.”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가는 언니의 뒤를 따랐다. 언니의 손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이끌어주고 있다.
춥지만, 춥지 않았다.
“아.”
“응?”
“손…”
나는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손잡아주신 거, 로자리오를 주실 때 이후로 처음이에요.”
“아, 그런가…”
언니는 조금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어째서, 지금까지는 한번도 잡아주지 않으신 건가요?”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조금… 무서워서.”
“무서워서?”
“그러니까… 설명하기 조금 애매하네. 음…”
언니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작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다른 사람의 온기를 직접 느끼는 거, 솔직히 조금 힘들었으니까.”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언니.
하지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미 양은, 아주 즐겁게 만지고 계시던데요.”
그 말에, 언니는 당황한 듯 변명을 시작했다.
“아, 그러니까, 유미짱은 조금 달라서 만지기 쉽다고 할까, 작은 동물을 만지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음… 시마코를 만지기 위한 연습으로 했다던가?”
…본인이 들으면 어쩌려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분명 지금 지어내서 말하는 거겠지만.
하지만 한숨을 쉬면서도, 속으로는 조금 기뻐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나는, 맞잡은 손에 시선을 돌렸다. 언니의 시선도 손으로 향한다.
“앞으로는, 이제 마음 편하게 만질 수 있겠네요.”
“…그렇겠지?”
우리들은 손을 잡은 채, 장미의 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종업식이 끝나고도 한참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뒤뜰에는 어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장미의 관으로 향하는 길에, 존재하고 있는 건 나와 언니 뿐이었다. 둘 만의 길을, 언니와 함께 걸어간다.
데쟈뷰. 벚꽃 속에서의 첫 만남이 생각난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건, 나와 이 사람뿐.
나는 이번에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버릴까.
그때 나는 어떤 것을 깨닫고 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왜?”
“…어리광부리는 건, 정말 가끔 뿐일 테니까. 평소에는, 유미 양으로 참아주세요.”
“에, 어째서?”
나는, 조금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창피하니까.”
내가 빨개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그러니까, 유미 양처럼 끌어안거나 여기저기 만져달라는 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가끔, 예를 들어 단 둘이 있을 때라든가, 그런 때라면, 조금, 그러니까…”
내가 말이 꼬여 더듬거리자, 언니는 웃으면서,
나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어, 언니?”
“걱정 마. 그런 건, 그렇게까지 얘기 안 해도 알 수 있다고.”
언니의 따뜻한 손이 나의 뒷머리를 만졌다. 끌어당겨져, 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
그랬다.
이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잘 안 나오는 말로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이 정도의 내 마음은 쉽게 알아차려 주겠지.
나는 또, 사토 세이라는 인간을 낮게 평가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시 걱정스러워졌다.
역시 어리광부리는 건, 그만두도록 하자.
나는 언니의 가슴을, 살며시 밀어냈다. 언니가 상처입지 않을까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말없이 내 손을 잡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역시 어리광부리는 건, 그만두도록 하자.
그런 걸 해도, 나는 강해지지 않아. 갈수록 언니에게 의존해버려, 약하고 굳세지 못한 내가 될 뿐이야.
그리고 그건, 언니에게도 마찬가지. 언니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고 있는 ‘거리’를, 나는 지켜줘야 해.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니는 나를 끌어안기 위해 약한 모습을 다시 드러내야 할 테니까. 겨우 상처를 치유했던 언니는, 다시 무너져버리겠지. 함께 약해지면 서로의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 뿐이고, 그 끝에 있는 건 멸망뿐.
그러니까, 매달리지 말자.
그저 거기에 있는 만으로도, 나는 위로가 되니까.
짧은 말이라도 당신의 말은 나의 힘이 되고, 잠깐만 웃어줘도 나는 안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주 가끔,
아주 가끔은…
“시마코.”
그때,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는 잠시 단어를 고르는 듯 말을 멈췄다가, 이윽고 따뜻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안겨 울 수 있는 가슴 정도는 빌려줄 테니까.”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내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요. 그 말이 듣고 싶었어요.
서툴지만,
나에 대해서 좀더, 이 사람에게 전하자.
겨울방학이 지나면, 곧 졸업식이 찾아온다. 반년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시간은, 이미 반의 반 정도로 줄어버렸다.
좀더 많이, 좀더 많은 것을 받고, 전하고, 이 사람을 보내자.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하나뿐인 언니가 준 것들을 안고 자신을 달랠 수 있도록.
떠나 보낼 때, 나는 분명 슬퍼하겠지. 버림받은 고양이처럼 울면서 지금까지 사랑해주었던 사람을 찾을 거야. 반쪽을 잃어버린 슬픔에, 산산조각이 되어버리겠지.
하지만, 그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 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서 곤란해하지 않도록, 조금만 더 노력하자. 조금만 더 다가가보자.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내가 갖고 있는 비밀에 대해서 말하자. 이 사람이라면, 비웃지도 경멸하지도 않고 내 얘기를 들어주겠지.
나에 대해서 좀더, 이 사람에게 전하자.
그리고 이 사람을 좀더, 내 안에 담자.
하얗고 차가운 벚꽃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해설?)
기본적으로 「한쪽손만을 잡고」와 「로사 카니나」&「퍼스트 데이트 트라이앵글」사이의, 묘사되지 않았던 시기의 시마코의 심리를 다루기 위해서 쓰여졌습니다.
시마코가 세이를 만나고, 여름방학을 거쳐 세이의 여동생이 될 때까지의 심리를 그린 「한쪽손만을 잡고」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생회 선거와 시즈카와의 마음의 교류, 그리고 졸업을 앞둔 세이와의 대화에서의 시마코의 심리가 묘사되었던 「로사 카니나」&「퍼스트 데이트 트라이앵글」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백장미 자매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해왔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내면에 대해서는 묘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은 '2학기의' 사토 세이-토도 시마코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묘사되어 온 사토 세이의 모습, 토도 시마코의 모습을 바탕으로 제가 생각하는 '백장미 자매'에 대해, 나름대로 표현해보았습니다. 특히, 백장미 자매가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는,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토 세이가 졸업해 시마코의 곁을 떠난 후, 세이는 케이와의 관계에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시마코는 노리코를 얻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자매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깊게 연결 되어있는 자매였지만, 그 관계로는 근본적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결국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그녀들의 '한계'가, 저한테는 조금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시나무의 숲」까지의 시마코와 「로사 카니나」에서부터의 시마코는 약간 다른 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존재감도 그렇고), 그 사이 심리적인 변화가 조금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상당히 비어있는「가시나무의 숲」바로 직후를 라스트신으로 삼았습니다.
시마코의 심리 상태는 「로자리오의 물방울」때에 가깝게, 전체적인 전개는 「한쪽손만을 잡고」의 느낌이 나게 의식하면서 썼습니다. 이 뒤 「로사 카니나」의 마지막에서 세이에게 안기는 장면이라든가, 「퍼스트 데이트 트라이앵글」에서의 장면들이 연결되도록 썼습니다.
제목인 「겨울의 벚꽃」은, 「한쪽손만을 잡고」의 '春の風', '秋の絆'에 맞춰서 '冬の桜'라는 걸로.
마지막에 눈이 내리는 건, 「가시나무의 숲」의 라스트에서 유미가 눈이 내리는 걸 바라고 있었기 때문.
※ 기본적으로, 『레이니블루』까지 본문 중에 명시된 토도 시마코의 심리 묘사를 고려한 상태에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본편 소설을 다 읽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의미불명의 내용이 많습니다.
※ 이 글은 『사랑스런 세월(後篇)』의 ‘will’의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가시나무의 숲』에 해당되는 시기로 시점을 되돌립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날, 나는 유미 양과 '유언'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유미 양한테라면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꺼냈다.
"응. 언니는, 유미 양을 귀여워하고 있으니까."
유미 양은 그 말을 듣고 곧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나, 시마코 양의 기분 같은 건 전혀 생각 못하고, 로사 기간티아에게 너무 어리광 피웠던 것 같아.”
"어머, 아니야. 그런 생각 조금도 안 하고 있어."
나는 어디까지나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며 그렇게 말했다.
미소를 지으며 유미 양에게 말한다.
"나는, 유미 양에게 감사하고 있을 정도인걸. 나, 어리광 같은 건 잘 못 부리고, 처음부터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자매였으니까."
그래.
나는, 유미 양에게 질투 같은 건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하지만, 예전에는 어땠을까.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겨울의 벚꽃
언니가 생활지도실에 불려나갔던 그 날.
다과회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언니와 언니의 의향으로 남은 유미 양, 요시노 양을 제외하면 이제 남아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 되어버렸다.
"뭔가 도와드릴 일, 있으신가요?"
그렇게 내가 묻자, 언니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별로. 특별히 할 일은 없어."
아무 정보도, 감정도 실리지 않은 말투.
유미 양과 요시노 양이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언니에게 보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가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를 바라보는 유미 양에게, 언니가 성가시게 해서 미안하다고 웃으며 사과한다.
가방을 들고,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안에서 요시노 양이 언니에게 뭐라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언니는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를 해줄 생각이겠지.
나는, 언니의 입으로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유미 양과 요시노 양만을 남겼다. 언니의 여동생인 나는, 이렇게 혼자 장미의 관을 나서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특별히 불만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마도 언니는 나를, 남고 싶으면 자기 입으로 남겠다고 말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을 나서는 자신을 붙잡지 않았다. 물론 그건 맞는 얘기고, 특별히 지금 언니의 과거를 듣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는, 언니가 나한테 얘기하려고 할 때 듣고 싶었다. 언니가 내가 들려달라고 할 때 들려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내쪽에서 들려달라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언니가 들려줄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기다리고 있지는 않아. 언니가 얘기해주면 진실된 자세로 들을 뿐.
언니도 내가 듣고 싶다고 할 때 성심성의껏 얘기해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시마코에게도 얘기해줘야지, 하고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언니라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적기에 우리는 정적인 자매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고, 베풀지도 않는 자매였다.
그리고, 나는 이에 불만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나는, 언니의 과거를 알지 못해도 언니를 사랑할 수 있다. 언니도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었기에, 나는 언니의 여동생이 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더 깊은, 영혼까지 이어져 있는 동질적인 존재. 그것이 나라는 존재와 사토 세이라는 존재.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들은 자매로서 깊게 이어져 있다.
표면적인 것들은 알지 못해도 상관 없어. 우리들은 이걸로 충분하니까.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고 믿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요즘 들어, 언니가 유미 양과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언제나처럼 장미의 관에 산백합회 멤버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방과후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언니가 조금 경박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나르는 유미 양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린다. 유미 양은 비명을 지르고, 사치코 님은 그걸 보며 화를 낸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나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유미 양에게 장난을 치는 언니는 정말로 즐겁고 활기차 보인다. 언니가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거운 기분이 된다.
예전에 다른 학생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을 때의 언니는, ‘경박함’을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즐거운 듯 웃고 있지만, 어딘가 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요즘의 언니는 정말로 즐거운 것 같다. 유미 양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유미 양은 언니가 지고 있던 몇 가지 무거운 짐들을 덜어준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갖는 그 힘을, 나는 조금 부럽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유미 양 같은 타입이었다면, 언니는 좀 더 일찍부터 편해질 수 있었을까.
언니의 품 안에서 발버둥치는 유미 양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겹쳐본다.
때는 봄. 내가 장미의 관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아직 언니와 자매가 아니었던 시기.
눈 앞에, 유미 대신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언니, 아니 로사 기간티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나 즐거워하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얘기를 꺼내는 로사 기간티아.
따뜻한 말을 건네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로사 기간티아.
나의 목덜미나 귀, 다른 곳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로사 기간티아.
내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면서 점점 더 짓궂어지는 로사 기간티아.
그때, 사치코 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미 양에게 장난을 치고 있던 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언니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언니는 유미 양에게서 떨어져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언니는 더 이상 내 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언니를 만날 수 있는 날. 하지만 2학기가 끝나는 종업식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언니를 만나는 올해의 마지막날이기도 했다.
종업식을 끝낸 뒤, 유미 양과 함께 점심 미사가 열리는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들어서자 앞쪽에 앉아있던 언니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이봐, 여기여기.”
자리를 잡아두고 있었는지 언니는 유미를 사치코 님의 옆에 앉혔다. 그리고 언니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웃으며 인사한 뒤, 언니 옆에 앉았다. 그때, 나와 언니의 팔이 조금 스쳤다.
옷 너머로, 한 순간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곧바로 나는 언니에게서 몸을 땠다.
닿을 듯 말 듯한, 그런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며 언니의 옆자리에 앉아있는다.
피부로 실감하는 온기는 기분 좋았지만,
떨어지는 게 두려웠다.
미사가 끝나고, 우리들은 장미의 관으로 향했다. 다른 상급생들은 먼저 도착해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이 님이 만들어온 케이크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유미 양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싱크대로 향했다. 이미 와있던 요시노 양과 함께 준비를 하면서 얘기를 하고 있자니,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유미 양의 목소리도 들렸다.
아무래도, 언니는 유미 양을 데리고 어딘가를 다녀올 모양이다.
그때, 요시노 양이 재미있는 농담을 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이, 언니는 유미 양을 데리고 방을 나가버렸다.
이미, 의욕은 없어져버렸다.
나는 적당한 핑계를 댄 뒤 장미의 관을 나왔다.
나는 인적이 없는 교정을 정처 없이 걸었다.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나무 아래에 서있었다.
그곳은, 나와 사토 세이가 처음 만나, 반년 후 자매가 되었던,
그, 벚나무 아래.
“나, 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요즘의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유미 양에 대한 질투, 인걸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야. 언니를 즐겁게 해주고, 기운 나게 해주는 유미 양은 정말로 고마운 존재. 질투하거나 시기하지는 않아.
그저, 부러웠다.
언니가 관심을 가져주고, 만져주고, 귀여워해주는 유미 양이, 더할 나위 없이 부러웠다.
그런 거, 자신한테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들은 다른 자매와는 다른, 깊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서로를 향해 서툴게 손을 뻗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끔씩, 아주 가끔씩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부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토 세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사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가끔 흔들리게 됩니다.
당신은 나의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어떻게 학교에 오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언제 잠이 들고 언제 일어나는지 알고 있습니까.
대체 당신은, 나의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내부. 나라는 존재 자체.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당신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나는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는 달리 약하고 어린 나는 가끔 이렇게 흔들리게 됩니다.
정말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건가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다른 사람들을 부럽다고 느끼면, 안 되는 걸까요…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벚나무 아래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던 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체 몇 시쯤 되었을까. 하늘이 조금 어두웠다.
지금쯤 장미의 관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일 텐데, 큰일이네.
초조해진 나는, 얼굴에 남은 눈물자국을 손으로 닦으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가 일어서려는 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잘 잤어?”
웃으면서 눈가를 비비는 그 사람은…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서, 깨우지도 못하고 그냥 옆에서 앉아있었지. 그러다 보니 나도 졸게 되더라고. 지금 몇 시야?”
“언니…”
옆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졸린 얼굴로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언니, 사토 세이였다.
나는 힘이 빠져,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시마코? 왜그래?”
“아하하…”
나는, 조금 웃으면서,
조금, 울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건가요?”
눈물을 훔치며 묻는 나에게, 언니는 기지개를 펴며 대답했다.
“유미짱하고 중간에 헤어진 뒤, 카스가 씨를 학원장실에 안내하고 조금 늦게 장미의 관에 돌아갔는데 시마코가 없더라고. 그래서 밖에 나와서 찾아봤지.”
“카스가 씨?”
“스가 세이의 본명.”
“…『가시나무의 숲』을 쓴?”
“응.”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스가 세이 씨가 리리안에까지 찾아온 걸까. 그걸 묻고 싶어졌다.
…아냐.
정말로 물어야 할 건, 그게 아니지.
나는, 시오리 씨에 대해서 묻기로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오…”
“그런데 말야, 시마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언니가 입을 열었다. 나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시마코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말이지.”
“…저한테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오리하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싶어서.”
그것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어, 언니…?”
“아니, 실은 전부터 계속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시마코는 듣고 싶으면 자기가 먼저 들려달라고 말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서, 들려달라고 말할 때에 얘기해주려고 했었는데, 시마코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 말야. 내가 생활지도실에 불려갔던 그날에도 그냥 가버렸고… 음음, 혹시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은 거야?”
언니는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 뭐야.”
찜찜한 표정을 짓는 언니를 바라보며, 나는 눈가를 훔쳤다.
“언니.”
“응?”
“언니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저도, 저에 대해서 언니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시마코…?”
“알고 있어요. 그런 거 몰라도, 우리들은 분명히 자매라는 거. 하지만, 자매니까, 서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요?”
그래.
서로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자세히 안 다음에도 사랑할 수 있겠지.
“그리고… 가끔은, 저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요. 유미 양처럼.”
“시마코.”
언니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따뜻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다. 마치, 자매가 되어 로자리오를 손목에 감아줄 때와 비슷한 표정.
언제부터인가, 눈이 내리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의 하늘을 수놓는 하얀 눈송이는, 나에게는 벚꽃의 꽃잎처럼 보였다.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휘날리고 있던, 그 꽃잎들처럼.
첫 만남을 연상시키는 그 광경 속에서, 언니는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언니에게 이끌려 나도 일어선다.
“너무 늦었네. 일단 지금은, 장미의 관으로 돌아가자.”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가는 언니의 뒤를 따랐다. 언니의 손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이끌어주고 있다.
춥지만, 춥지 않았다.
“아.”
“응?”
“손…”
나는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손잡아주신 거, 로자리오를 주실 때 이후로 처음이에요.”
“아, 그런가…”
언니는 조금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어째서, 지금까지는 한번도 잡아주지 않으신 건가요?”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조금… 무서워서.”
“무서워서?”
“그러니까… 설명하기 조금 애매하네. 음…”
언니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작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다른 사람의 온기를 직접 느끼는 거, 솔직히 조금 힘들었으니까.”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언니.
하지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미 양은, 아주 즐겁게 만지고 계시던데요.”
그 말에, 언니는 당황한 듯 변명을 시작했다.
“아, 그러니까, 유미짱은 조금 달라서 만지기 쉽다고 할까, 작은 동물을 만지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음… 시마코를 만지기 위한 연습으로 했다던가?”
…본인이 들으면 어쩌려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분명 지금 지어내서 말하는 거겠지만.
하지만 한숨을 쉬면서도, 속으로는 조금 기뻐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럼…”
나는, 맞잡은 손에 시선을 돌렸다. 언니의 시선도 손으로 향한다.
“앞으로는, 이제 마음 편하게 만질 수 있겠네요.”
“…그렇겠지?”
우리들은 손을 잡은 채, 장미의 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종업식이 끝나고도 한참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뒤뜰에는 어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장미의 관으로 향하는 길에, 존재하고 있는 건 나와 언니 뿐이었다. 둘 만의 길을, 언니와 함께 걸어간다.
데쟈뷰. 벚꽃 속에서의 첫 만남이 생각난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건, 나와 이 사람뿐.
나는 이번에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버릴까.
그때 나는 어떤 것을 깨닫고 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왜?”
“…어리광부리는 건, 정말 가끔 뿐일 테니까. 평소에는, 유미 양으로 참아주세요.”
“에, 어째서?”
나는, 조금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창피하니까.”
내가 빨개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그러니까, 유미 양처럼 끌어안거나 여기저기 만져달라는 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가끔, 예를 들어 단 둘이 있을 때라든가, 그런 때라면, 조금, 그러니까…”
내가 말이 꼬여 더듬거리자, 언니는 웃으면서,
나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어, 언니?”
“걱정 마. 그런 건, 그렇게까지 얘기 안 해도 알 수 있다고.”
언니의 따뜻한 손이 나의 뒷머리를 만졌다. 끌어당겨져, 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
그랬다.
이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잘 안 나오는 말로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이 정도의 내 마음은 쉽게 알아차려 주겠지.
나는 또, 사토 세이라는 인간을 낮게 평가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시 걱정스러워졌다.
역시 어리광부리는 건, 그만두도록 하자.
나는 언니의 가슴을, 살며시 밀어냈다. 언니가 상처입지 않을까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말없이 내 손을 잡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역시 어리광부리는 건, 그만두도록 하자.
그런 걸 해도, 나는 강해지지 않아. 갈수록 언니에게 의존해버려, 약하고 굳세지 못한 내가 될 뿐이야.
그리고 그건, 언니에게도 마찬가지. 언니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고 있는 ‘거리’를, 나는 지켜줘야 해.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니는 나를 끌어안기 위해 약한 모습을 다시 드러내야 할 테니까. 겨우 상처를 치유했던 언니는, 다시 무너져버리겠지. 함께 약해지면 서로의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 뿐이고, 그 끝에 있는 건 멸망뿐.
그러니까, 매달리지 말자.
그저 거기에 있는 만으로도, 나는 위로가 되니까.
짧은 말이라도 당신의 말은 나의 힘이 되고, 잠깐만 웃어줘도 나는 안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주 가끔,
아주 가끔은…
“시마코.”
그때,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는 잠시 단어를 고르는 듯 말을 멈췄다가, 이윽고 따뜻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안겨 울 수 있는 가슴 정도는 빌려줄 테니까.”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내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요. 그 말이 듣고 싶었어요.
서툴지만,
나에 대해서 좀더, 이 사람에게 전하자.
겨울방학이 지나면, 곧 졸업식이 찾아온다. 반년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시간은, 이미 반의 반 정도로 줄어버렸다.
좀더 많이, 좀더 많은 것을 받고, 전하고, 이 사람을 보내자.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하나뿐인 언니가 준 것들을 안고 자신을 달랠 수 있도록.
떠나 보낼 때, 나는 분명 슬퍼하겠지. 버림받은 고양이처럼 울면서 지금까지 사랑해주었던 사람을 찾을 거야. 반쪽을 잃어버린 슬픔에, 산산조각이 되어버리겠지.
하지만, 그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 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서 곤란해하지 않도록, 조금만 더 노력하자. 조금만 더 다가가보자.
시오리 씨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내가 갖고 있는 비밀에 대해서 말하자. 이 사람이라면, 비웃지도 경멸하지도 않고 내 얘기를 들어주겠지.
나에 대해서 좀더, 이 사람에게 전하자.
그리고 이 사람을 좀더, 내 안에 담자.
하얗고 차가운 벚꽃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해설?)
기본적으로 「한쪽손만을 잡고」와 「로사 카니나」&「퍼스트 데이트 트라이앵글」사이의, 묘사되지 않았던 시기의 시마코의 심리를 다루기 위해서 쓰여졌습니다.
시마코가 세이를 만나고, 여름방학을 거쳐 세이의 여동생이 될 때까지의 심리를 그린 「한쪽손만을 잡고」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생회 선거와 시즈카와의 마음의 교류, 그리고 졸업을 앞둔 세이와의 대화에서의 시마코의 심리가 묘사되었던 「로사 카니나」&「퍼스트 데이트 트라이앵글」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백장미 자매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해왔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내면에 대해서는 묘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은 '2학기의' 사토 세이-토도 시마코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묘사되어 온 사토 세이의 모습, 토도 시마코의 모습을 바탕으로 제가 생각하는 '백장미 자매'에 대해, 나름대로 표현해보았습니다. 특히, 백장미 자매가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는,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토 세이가 졸업해 시마코의 곁을 떠난 후, 세이는 케이와의 관계에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시마코는 노리코를 얻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자매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깊게 연결 되어있는 자매였지만, 그 관계로는 근본적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결국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그녀들의 '한계'가, 저한테는 조금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시나무의 숲」까지의 시마코와 「로사 카니나」에서부터의 시마코는 약간 다른 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존재감도 그렇고), 그 사이 심리적인 변화가 조금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상당히 비어있는「가시나무의 숲」바로 직후를 라스트신으로 삼았습니다.
시마코의 심리 상태는 「로자리오의 물방울」때에 가깝게, 전체적인 전개는 「한쪽손만을 잡고」의 느낌이 나게 의식하면서 썼습니다. 이 뒤 「로사 카니나」의 마지막에서 세이에게 안기는 장면이라든가, 「퍼스트 데이트 트라이앵글」에서의 장면들이 연결되도록 썼습니다.
제목인 「겨울의 벚꽃」은, 「한쪽손만을 잡고」의 '春の風', '秋の絆'에 맞춰서 '冬の桜'라는 걸로.
마지막에 눈이 내리는 건, 「가시나무의 숲」의 라스트에서 유미가 눈이 내리는 걸 바라고 있었기 때문.
# by | 2004/02/27 18:19 | (과거로그)創作 | 트랙백






